손화철 한동대 교수
손화철 한동대 교수

30년 전 30% 초반대에 불과하던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현재 70%가량 된다. 최근 줄었는데도 OECD 국가 중 부동의 1등이다. 반면 대학등록금은 10년 넘게 동결을 하고서도 여전히 OECD에서 네 번째로 비싸다. 그 와중에 인구는 줄어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려 경쟁을 하던 시절에서 대학이 학생을 유치하려 경쟁하는 세상으로 판이 바뀌었고, 대학 졸업의 이득은 현저히 줄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과거의 사고방식과 관행은 든든히 살아있다. 정부는 대학에 안 가도 잘 살 수 있다고 열심히 설득하고 고졸자 취업 특혜를 마련하지만, 개인들은 여전히 대학 입시 지옥을 기꺼이 감내하며 살아 간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의무교육을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확대하고 개인이 부담하던 고등학교 등록금을 없앤 것의 연장선 상에서 대학교육도 보편교육으로 바꾸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학생이 기본적으로 대학교육을 받게 하고 그 부담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지게 하는 것이다.

이 대안은 우리 사회와 시대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고도화, 복잡화하는 세상에서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의 양이 더 많아진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예고하는 극단적인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는 모든 시민의 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 과거에 대학교육은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지적 바탕을 마련하는 수단이다.

대학교육의 보편화는 급격하게 고령화되는 사회 구조에 대한 대안이기도 하다. 평균 기대수명이 80세가 넘는 세상에서 굳이 20대 중반에 직장을 얻어 30년을 일하고 50대에 퇴직하는 패턴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한두 가지만 집중해서 배우고 취업하라 하는 것은 위험한 조언이다. 미래를 짊어질 이들이 똑똑할 때 더 많이 공부하고 이후에 더 오랫동안 일하게 된다면 사회 전체가 얻는 유익과 개인의 행복도 커질 것이다.

이 방안은 양극화되고 있는 대학교육의 정상화에도 도움이 된다. 학령인구가 줄어들어 대학이 남아도는 것 같지만 의대가 있는 대학들을 제외하면 법으로 정해진 전임교수 확보율을 달성한 대학은 거의 없다. 충원이 되었건 미달이 되었건 현재 대학들이 책정해 둔 입학생의 ‘정원’은 대부분 재정 확보를 위해 과도하게 부풀린 숫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학은 생존을 위해 재정을 감축하니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이 더 떨어진다. 대학교육의 보편화를 통해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 학문적 탁월성과 좋은 교육으로만 경쟁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대학의 서열화 문제도 차츰 해소될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비용도 생각만큼 엄청나지 않을 수 있다. 대학 입시의 준비와 시행 전반에 소요되는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와 소모적 비용이 줄면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이 회수된다. 무엇보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으로 생기는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남는 장사다.

대학 입학 시즌이 끝나고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몇 해 전만 해도 농담인가 했던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이 언론에 계속 오르내린다. 아름다운 벚꽃이 일찍 피는 지역의 대학 교수로서 마음이 어려워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도대체 벚꽃과 대학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미 들어온 학생이야 정성을 다해 열심히 가르친다지만,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고 비대면 수업마저 활발한 시절에 대학의 지리적 위치로 ‘서열’의 높낮이를 미리 정하는 모욕에는 대책이 없다. 대학교육의 의미와 필요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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