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신학기 특수' 기대했는데"…코로나 한파는 현재 진행형

평소 같으면 신학기 인산인해를 이루던 경산 영남대 앞 오렌지 골목이 2021학년도 개학 후 첫 주말을 맞은 지난 5일 오후 7시께 상가에는 띄엄띄엄 불이 켜졌으나 골목길은 한산하기만 하다.김윤섭 기자.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지역 대학가가 코로나19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5시께 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맞은편 대학가.

많이 분비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거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을 때와 비교하면 학생들의 모습이 적지 않았다.

새 학기를 맞아 등교가 이뤄지면서 삼삼오오 함께 대학가를 걸으면 이야기꽃을 피웠다.

다만 일부 커피숍을 제외하고 대학가 상가들은 아직 지난해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 만큼 한산했다. 문을 닫은 점포들이 쉽게 눈에 띄었고 상가 건물 중 층별로 임대를 내놓지 않은 곳을 찾기 힘들었다. 예년 같으면 방학 동안 보지 못한 선후배, 동기들이 다소 이른 시간부터 술잔을 기울이거나 개강파티 등으로 시끄러웠을 시간이다.

하지만 예년의 모습은 사라졌다.

물론 상인들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몇 년 전부터 대학가 분위기가 과거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이 활성화되면서 시내 중심부로 이동하는 학생들이 많아졌고 개강파티 등 단체 모임은 이미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대학 자취생들과 성서공단 등 인근 직장인들로 어느 정도 유지는 됐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한정된 인원들, 어르신들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체감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계명대의 경우 전체 과목 중 실험·실습 등을 포함 40% 내외만 대면 수업을 진행, 근본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기 힘들다.

영남대를 비롯해 경산지역에 있는 10개 대학도 일제히 개학했지만 대학들이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면서 같은 날 경산지역 대학가도 여전히 한산했다.

이곳 역시 학생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음식점 등을 찾거나 3~4명의 학생이 모임을 갖는 경우는 드물어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인들은 비대면 수업으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 문 닫는 상가가 늘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모씨(39·상인)는 “대학가 상인들은 대학이 개강하는 3월, 동아리 모임, 고교동문 행사, 학과별 행사 등 대목을 기대하며 한 겨울을 보내왔다”며 “일부 학과의 비대면 수업과 5명 이상 집합금지 때문에 주말에도 예약이 전혀 없는 상태다”고 하소연했다. 또 “지난해 상당수 상가가 휴·폐업 했는데 올해 지역대학들이 정원도 제대로 못 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인들도 더 큰 어려움을 예상하고 있다”고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계명대 성서캠퍼스 앞 대학가에서 문을 닫은 상가를 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남대 앞 원룸촌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미 대부분 방 계약이 완료될 시점이지만 대면·비대면 수업이 병행되면서 공실을 찾아보기 쉬웠다.

송모씨(58·여·원룸임대업)는 20% 정도가 공실인데 찾는 사람이 없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예년 이맘때 같았으면 학생들이 원룸이나 기숙사로 거처를 결정했다”며 “올해는 비대면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면서 결정을 미루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른 부동산 중개인은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비싼 월세를 내며 원룸을 구할 필요가 없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산시 하양읍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지난해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바람에 집에서 생활하면서 원룸 방세만 물었다”며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통학을 하면서 상황을 지켜본 후 방을 구하든지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해 부동산 중개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난 6일 오후 8시께 포스텍 인근에 위치한 포항 효자동 효리단길은 개강 후 첫 주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가끔 카페나 술집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2∼3명씩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은 보였지만 일부일 뿐이었다.

같은 날 오후 9시께 찾은 영일대해수욕장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오히려 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강풍특보까지 내려져 체감온도가 급격히 떨어진 탓에 평소 주말보다 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주점은 그래도 대학생 손님들이 대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한 술집 앞에서 만난 윤모군(21)은 “날씨가 너무 나빠 집에서 쉬려고 했으나 군 입대를 한 달 가량 앞둔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모였다”며 “동기들과 오랜만에 모여 있으니 개강했다는 사실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김현목, 류희진, 김윤섭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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