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지금은 백세시대 옛날이면 60평생인 환갑진갑 십이지 육간이 다시 시작되는 제2의 출생도 넘겼다. 돌아보니 인생 뭐 거창하고 별난 것 없다. 다 고만고만하다.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또 왔다 갔다 하며 쓴맛, 단맛, 매운맛, 신맛 보고, 맡고, 서로 많이 차지하고 먹자고 아등바등 부대끼며 사람 냄새 풍기며 살아왔다. 집 나서면 고생, 길에서 세월을 다 보낸다. 지하철도 타보고 지상철도 타고 노선버스도, 택시·승용차도 탔다. 보행자 도로도 외우도록 걸었다. 코로나 이전일이다. 이젠 집 나서는 행복한 일상이 오히려 그립다.

어릴 때부터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생활로 젊어도 늙어도 똑같다. 탐스러운 붉은 감이 익어가는 태어나고 자란 고향 곶감 고장 상주보다, 눈·비가 귀한 내가 살아가는 제2의 고향 ‘대한민국 심장 호국고장 대구’ 통제된 코로나 일상으로 자유로운 일상이 전부 또는 일부가 멈춤으로 모두 경계의 눈초리 조심하는 일상이 불편하고 숨 막힌다.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싶지만 그건 아니다. 극단적 선택이다. 직장은 물론 가게 출입도 겁이 나고 산책도 인적이 뜸한 곳으로 택하는 현실이기에 가슴 아프다.

자유로운 일상이나 통제된 코로나 일상이나 봄은 오고 비는 변함없다. 코로나 트라우마 공황장애 달래며 구슬프게 내린다. 개구리가 기지개 켜는 경칩 하늘열차 3호선이 다니는 사장교각 대봉교에 촉촉이 빗물을 적신다. 봄맞이 빗줄기 코로나 백신접종 시작으로 바이러스 깔끔히 씻어 내기를 손이 발 되도록 서쪽 대봉성당, 교회, 절 남산 성모당 방향으로 비대면 기도 묵상 드린다. ‘코로나야 물러가라’ 대구경북시민 대한민국 국민 지구에 사는 모든 인류가 백신을 맞으며 절규한다.

코로나 씻어낼 비가 내린다. 심신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며 봄비 내리는 거리를 나서서 정처 없이 헤매며 마음껏 걷고 싶다. ‘나 홀로 병원 잡혀가는 코로나’가 무서워 마음으로 걷는다. 서울에서 제수할 때 비 내리는 삼각지 로터리로 덕수궁 돌담길도 걸었다. 대구에서 치른 예비고사가 어려워 빗줄기리듬 (Rhythm Of The Rain) 부르며 터벅터벅 내당동 밤 고개를 비 맞으며 걸었다. 집인 상주행 버스 기다리는 서부 정류장까지 오니 청승맞은 생쥐다. 머리에서 신발까지 물 폭탄 세례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돌도 씹는 혈기 왕성한 한창때 그래도 그 시절 마스크 안 쓰는 청정시대에 살아 행복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물새들의 천국 신천, 물 따라 자연과 속삭이는 산책길에 형형색색의 우산을 들고 걷는 행렬 황홀했다. 대봉교에서 왼쪽으로 틀면 김광석 길 나온다. 떨어지는 빗줄기 리듬에 흐르는 신천 흐르는 물소리 장단에 맞추어 구성진 김광석 노래가 코로나로 찌든 육신을 달래고 지친 마음 녹인다. 여름철에는 수영장이던 왼편 둔치에 대구시 중구 편 전국노래자랑에 북적이던 때가 엊그제 같고, 오른쪽 둔치에는 어르신네 새벽마다 생활 체조하는 리듬이 환청으로 들리니 더욱 아늑하고 정겨운 일들 다시 올까?

‘비 내리는 영동교’ 유행가 못지않게 ‘비에 젖은 대봉교’ 위 사장교각 사이를 도시철도 3호선 하늘열차 휘날리는 빗줄기 리듬에 코로나로 지친 우울증 해소 대박행진 대봉교 동쪽은 서울의 강남 수성구, 대봉교 서쪽은 대구경북의 얼굴 중구. 서울경기 다음에 뜨는 복덩어리 대구경북사랑 한다. 파이팅! 코로나19 백신 맞고 흠뻑 비 맞으며 대봉교 걷는 일상 버티며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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