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인으로 돌아옴에 따라 여권 대선 주자가 누가 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 들어 여권 내 국민지지도가 부동의 1위를 보이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계속 밀 것인지 아니면 제3후보를 세울 것인지에 청와대와 민주당이 더하기 뺄셈에 잠을 설친다는 것이 요즘 여권의 기류라는 후문이다. 친문 진영에선 “이재명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물음표가 계속 나오고 있다. 4년 전인 2017년 3월 6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선후보 토론회의 유튜브 영상을 본 사람이면 아마도 이 물음표에 수긍을 할 것 같다. 당시 토론회에는 안희정, 문재인, 최성, 이재명 4명이 참가했다. 이재명 후보가 동문서답하는 문재인 후보를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 세웠다. “A를 물으면 A를 답해야지요. 왜 B를 말합니까.” “자기가 발표한 정책 내용이 뭔지는 아셔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보다 더 상대를 곤혹스럽게 몰아세우는 힐난이 있겠나. 같은 당 후보들 사이에서 벌어진 토론회서 이재명의 성격을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다. 댓글도 “문재인, 눈만 껌뻑껌뻑하네”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야지.어리버리하네” “이재명을 왜 죽이려고 하는지 알겠네”…이때부터 친문그룹에서 ‘이재명 죽이기’ 움직임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 들어 이재명 지사의 여론지지도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더블스코어 수치로 앞서자 방송인터뷰에서 이 지사에게 “탈당한다는 말이 나온다” “제3 후보가 나온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곤 했다. 이 지사는 “대통령 지지자들이 나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데 당을 왜 나가겠느냐”고 했다. 이런 질문의 배경에는 문 대통령 지지 세력과 문 대통령이 이 지사에게 후계자 자리를 두고 주저하고 있다는 관측들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지사가 친문의 거부감을 의식하고 있다는 표징이다. 이 지사는 최근 들어 야권에서 문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들이 나오면 “상식 밖의 모독” “망언” 같은 단어를 동원해 문 대통령의 심기(心氣) 호위무사역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권에선 최종 대선 후보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여야권 통틀어 차기 대선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총장에 맞설 수 있는 경쟁자로는 이 지사가 현재로써는 유일한 대안인데도 차기 후보자로 주저하는 것은 이 지사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차기 주자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새 대통령이 들어설 때마다 전 정권 사냥이 되풀이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으로서는 울산 선거공작, 월성1호기 경제성조작, 옵티머스. 라임 사기사건, 이상직 의원과 이스타항공 의혹 등 친여정권 비위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산적해 있다.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일시에 이들 의혹의 마그마가 분출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문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후의 안전 핀을 맡길 신뢰할 수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찾는 것이 최대 과제다. 문 대통령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신뢰가 가면 지지율이 떨어지고(이낙연 전 대표) 믿음은 불안하나 지지율은 높은 이재명 지사를 안으려니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이 불안감이 뒤따른다. 이 지사가 고분고분 수긍할 인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초에 후보 선출 시기를 늦추자는 말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자 이 지사 측이 “내전을 각오하라”는 선전포고까지 나온 터다. 친문쪽에서 제3 인물론으로 김경수, 임종석, 정세균 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것이 딜레마다. 야권에선 윤석열이라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버리는 회오리가 칠 모양이고 여권에선 ‘이재명 처리’라는 고차원적 방정식이 앞을 막고 있다. 이럴 때 용한 점쟁이 집을 뻔질나게 찾는 이가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복박사(卜博士)를 불러들여 봉공복사(奉供卜師)로 임명해보면 어떨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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