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2000년대 초반 우리 교육계에서는 혹시나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뒤쳐질까 봐 조바심을 내고, 좀 더 일찍 시작하면 더 잘할 것이라는 부모들의 기대로 ‘早期敎育(조기교육)’열풍을 일으키며 초등학교 조기입학에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었다.

‘조기교육 강국’이라 불리며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지식을 습득하게 하고, 발음조차 정확하지 않은 아이에게 구구단을 외우길 바라고, 영어를 되뇌이는 걸 보고 수학영재, 영어영재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조기교육의 문제점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이제 ‘適期敎育(적기교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아교육이 유아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임에 반하여 조기교육은 유아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조기교육과 유아교육은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개념이다.

인간 발달 단계는 영아기·유아기·아동기·청년기·성년기 그리고 노년기 등의 순서로 이뤄지며, 각 발달 단계마다 합당한 발달과업이 있고 교육이 있다.

그런데 조기교육은 각 발달 단계에 따른 교육이 아니라 그보다 앞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발달 단계와 관련하여 교육의 세 가지 모습, 즉 早期(조기)·適期(적기)·晩期(만기)敎育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학습자의 발달 단계나 내적 준비도에 따라 적시에 가장 적절한 교육을 시키는 것이 적기교육이라면, 교육의 적시성에 앞서 교육시키면 조기교육이고, 적시성을 놓쳐서 너무 늦게 실시하면 만기교육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같은 연령이라 하더라도 성격, 흥미, 인지습득의 속도 등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다.

적기교육은 아이들의 개인차를 고려하고 수준에 알맞은 속도를 유지하는 교육을 말한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에게 언제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인가.

교육을 시작하기 가장 적절할 때는 바로 ‘아이가 호기심을 가질 때’이다.

내 아이의 교육 시작의 적절한 시기가 궁금하다면 평소 아이를 잘 관찰해 보아야 한다.

여기저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거나, 책을 보고 무슨 글씨냐고 물을 때, 그것은 바로 아이가 무언가를 쓰고, 읽고, 알고 싶다는 표현인 것이다.

이렇게 호기심을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활동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교육은 적기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지나친 조기교육은 자발적 동기의 감소·무력감·심신발달의 부조화·자기주도성 상실·학습의욕 저하·학습 스트레스 등 역기능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수학·과학·외국어·예체능 등과 같은 특정 분야에서 영재성을 지닌 아이들에겐 조기교육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을 놓치지 말자.

적기교육의 핵심은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지식을 가지려면 호기심부터 가져야 한다.

아이에게 호기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그가 이해력을 증가 시키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사무엘 랭그레이’의 말은 누구에게나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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