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교통·쓰레기 민원 속출…단속도 쉽지않아 대책 골머리

21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리 간이해수욕장에 설치된 ‘물놀이 안내표지판’ 앞에 무단으로 투기된 쓰레기가 쌓여있다. 류희진 기자
“잘 놀았으면 잘 떠나야 할 것 아닙니까. 이제는 차박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화가 납니다”

21일 정오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에 위치한 용한리 간이해수욕장.

해수욕장 인근 임시 주차장에는 전날 하루 종일 비가 내린 뒤 맑게 갠 날씨를 잠시라도 즐기기 위한 캠핑카와 차박( 여행할 때에 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름)을 위해 트렁크를 열어둔 SUV 자동차 등 어림잡아 100대가 넘는 차량으로 가득했다.

캠핑카와 차박 차량 옆에서는 점심 식사 준비를 하는 듯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이윽고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맥주캔을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를 끝낸 몇몇 방문객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미리 준비해 온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맥주캔·나무젓가락 등 각종 쓰레기를 담은 뒤 주차장에 잠시 내려놓는 듯 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떠나간 뒤에도 쓰레기 봉투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21일 오후 포항 죽천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무단투기 된 쓰레기봉투와 1회용 그릴이 버려져 있다. 류희진 기자
이 외에도 해수욕장 입구에 설치된 ‘물놀이 안내표지판’ 등 각종 표지판 앞에는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봉투가 산을 이룬 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포항시민 A씨는 “주변에 분리수거 등 쓰레기를 모으는 시설이 없으면 당연히 쓰레기를 도로 가져가 집에서 처리하는 게 맞는 게 아니냐”면서 “이런 이기적인 사람들 때문에 캠핑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것 같다. 제발 에티켓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수욕장 인근 영일만 3 일반산업단지 시설용지에도 안전사고 위험으로 인해 출입을 금지하는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 위를 타 넘고 들어가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자주 보였다.

같은 날 포항 죽천해수욕장 모래사장 한복판에도 묶이지 않은 쓰레기 봉투와 일회용 그릴이 버려져 있는 등 바닷가 곳곳에서도 쉽게 쓰레기를 찾을 수 있었다.

해변에서는 취사가 금지돼 있지만 술병과 다 쓴 부탄가스 통은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바닷가 근처에서 사는 한 70대 할머니는 “처음에는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손주들이 찾아온 것 마냥 좋게 보였으나, 이젠 전혀 아니다”라며 “주말마다 동네 전봇대를 둘러쌓고 있는 쓰레기봉투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라고 분통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사람들과 접촉을 피해 차량에서 숙박하는 ‘자동차 캠핑(차박)’이 유행하고 있다.
21일 오후 포항 용한리 간이해수욕장 인근 일반산업단지 시설용지에 일부 차량들이 출입금지 바리케이드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출입하고 있다.류희진 기자
하지만 해안가 등 인기가 많은 차박 명소 곳곳이 일부 몰지각한 캠핑족들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캠핑 에티켓’ 제고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차박은 차량만 소유하고 있으면 이동과 숙식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

국내 캠핑카 등록 대수는 2014년 4131대에서 2019년 2만4869대로 6배가량 늘었다.

차박·캠핑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커지는 가운데 일부의 ‘나 하나쯤이야’하는 안일한 생각과 이기주의가 크고 작은 문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구잡이로 버려지는 쓰레기의 주인을 찾아 과태료를 부과하기 위해 인원을 투입해 쓰레기 봉투를 열어봐도 개인 정보가 확인되는 영수증 등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어 이마저도 뾰족한 수가 되지 않는다.

또 차박 캠핑은 가능 지역이 정해져 있지만 일부 여행자들은 자동차 진입 불가 지역 혹은 공영주차장에 장박·불법주차까지 불사하며 그들만의 ‘여유’를 즐긴다.

이 같은 ‘비매너’ 캠핑·야영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단투기 쓰레기와 무단취식으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포항시는 형산강 9.5㎞ 전 구간을 낚시금지지역으로, 형산강 야외물놀이장 일대 0.2㎞ 구간을 제외한 포항경주 경계~연일대교 하부 5.2㎞ 구간을 야영·취사 금지지역으로 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와 관련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의 유명 관광명소들이 일부 캠핑족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다”면서 “24시간 내내 단속 인원을 투입하긴 불가능한 상황이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로 쓰레기를 치운다”고 말했다. 이어 “포항을 찾은 여러분들이 머물고 간 자리가 다른 사람의 눈을 찌푸리게 하지 않도록 성숙한 캠핑문화 정착을 위한 에티켓 지키기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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