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동부본부장

1300년 전 신라에 쌍둥이 다리가 있었다. 사랑의 전설을 안고 있는 남천에 만들어진 일정교와 월정교가 그것이다. 남천은 신령스러운 토함산에서 발원해 불국정토 남산과 월성을 돌아 흐른다. 한때는 고운 모래에 사금까지 나오는 아름다운 하천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볼품없는 소하천에 불과하다. 신라 최고의 걸작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던 강이라고 여기기엔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효불효교’라 불리기도 한 일정교에는 일곱 자식과 과부 어머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정교 인근 월정교는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그리고 충담사와 경덕왕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월정교는 10여 년의 복원과정을 거쳐 지난 2018년 제 모습을 찾았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이자 최고의 목조 교량이 복원된 것이다. 고도 시민들의 위상과 자존심을 한껏 높여 준 계기가 됐다. 복원된 교각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한 조명이 더해졌다. 자연스레 지역 대표 명소로 떠올랐다.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남천과 만나는 형산강 서천에도 ‘금교’라는 다리가 있었다. 서천의 다리가 금교로 불린 것은 외부에서 황금이 들어오는 다리였기 때문이라 기록돼 있다. 이러한 황금도시 신라의 금교가 ‘황금대교’로 되살아난다. 최근 착공식을 가진 황금대교는 형산강을 가로지르는 경주 도심의 5번째 교량이다. 이 다리 중심부에는 전망대와 신라 석탑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설치한다.

경주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교량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당연히 경주시는 황금대교가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민 편의성은 물론 문화관광도시 이미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자칫 의욕만 앞세우다 보면 조잡한 조형물이 되기 쉽다. 황금대교가 신라인의 높은 미의식이 반영된 명품 랜드마크가 되길 기대한다.

황기환 기자황기환 동부본부장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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