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균 대구한의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생활 전반을 바꾸어 놓았다. 국민들의 생명은 물론 국가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 특히, 코로나19는 빈곤층이나 노인, 아동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높은 의료비용과 낮은 의료보험 가입률로 400만 원에 달하는 코로나19 검진 비용 때문에 무보험 빈곤층은 병원에 갈 수 없다. 당연히 많은 서민들이 치료는 물론 검사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뉴욕시에서는 사망자의 62%가 가난한 흑인과 히스패닉이었다. 미국은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집에서 나오지 말라고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집 없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다. 미국 내 56만 명에 달하는 노숙자는 코로나19 확산의 복병이 되었고, 라스베거스시는 공공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격리가 불가능해진 노숙자들을 주차장 맨바닥에 재웠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인도에서도 정부의 외출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하루 생계를 위해 많은 사람이 일을 하러 집 밖으로 나왔다. 브라질과 멕시코 등 많은 국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범죄의 양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아동과 여성,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정폭력의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이다. 코로나19 감염병 확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은 다양한 형태의 폭력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 아동과 여성,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은 온전하게 자신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렵다. 주위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경찰이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그래서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 주민생명지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는 ‘피해자 보호’가 중요하다.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완벽하게 분리시키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가해자를 엄벌,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이것이 형사사법기관인 경찰의 중요과제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최초로 발생한 작년 1월 20일 이후 경찰은 감염병 예방 및 확산방지를 위해 코로나19 의심자 추적, 위치정보 제공, 역학조사 지원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또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허위조작정보 유포, 마스크 매점매석·판매사기 등 불법행위 단속과 고위험시설 등 집합금지 점검, 시설 격리 지원 및 입국자 관리 등의 활동도 수행하였다.

최근 대구경찰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2021년 올해 대구경찰의 핵심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핵심과제는 치안서비스의 고객인 대구시민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 결과를 바탕으로 선정했다. 전체 응답자의 32.5%가 대구경찰이 사회적 약자 보호를 중점정책으로 추진해주길 희망했다. 그 결과 여성 안심 치안망 구축, 아동·청소년 보호와 지원 강화, 실종 대응 역량 강화, 사회적 약자 보호 기반 확충을 4대 분야로 정했다. 적절한 시점에 매우 잘한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보호는 경찰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기업, 시민단체, 의료기관, 대학 등 지역의 모든 유관단체들이 합심하여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자치경찰제가 사회적 약자보호를 위한 치안행정과 주민자치행정을 아우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24시간 불철주야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대구경찰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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