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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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가 뭔지 모르지? 미국 바보들은.” 영화 ‘미나리’의 할머니 순자(윤여정)가 하는 말이다. 제철 맞은 미나리가 영화 ‘미나리’ 흥행 바람을 타고 불티나게 팔려 나간다는 소식이다. 경북 청도의 명품 ‘한재 미나리’는 주문이 밀려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예전에는 ‘미나리’ 하면 으레 ‘청도 미나리’였다. 지금은 특허청의 ‘지리적 표시 등록’을 받은 청도 ‘한재 미나리’로 전국에 통한다. 의성 마늘이나 영양 고추, 청송 사과처럼 청도는 ‘청도 반시’와 함께 ‘한재 미나리’가 전국적으로 유명세다.

영화 ‘미나리’에서는 ‘미나리’를 한국인 이민 가족의 끈질긴 생명력에 비유했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미나리를 낯설고 물선 미국 땅에서 온갖 고난을 이기며 정착해가는 이민자의 모습과 동일시 했다. 미나리가 아무 곳에서나 잘 자란다지만 ‘한재 미나리’는 특별하다.

한재는 932m 화악산과 851m 남산, 633m 철마산이 에워싼 분지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있어서 맑은 지하수가 흐른다. 또한 지형 특성상 일교차가 커서 아삭아삭한 식감의 최고 품질 미나리를 생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식감 좋고 향긋한 한재 미나리에 구운 삼겹살을 올려 먹으면 요즘 하는 말로 ‘진리’다.

한재에는 1994년께부터 한두 농가에서 미나리 재배를 시작했다. 지금은 한재골 일대 초현리, 음지리, 상리, 평양리 등 100여 곳의 농가가 미나리 농사를 짓고 있다.

코로나 19가 번진 지난해 봄에는 ‘한재 미나리’ 명성도 소용 없었다. 지난해 2월 청도대남병원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터지고,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한재 미나리 매출도 뚝 떨어졌다. 그러던 것이 올해는 전 세계 영화상과 비평가협회상 등 30개가 넘는 상을 휩쓴 영화 ‘미나리’ 흥행으로 ‘한재 미나리’도 대박이 났다. 영화 대사처럼 “원더풀 미나리, 원더풀 한재 미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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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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