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천 경운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벽강중앙도서관장
한태천 경운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초빙교수·벽강중앙도서관장

구미 3세 여아 방치 사망 사건이 국민을 경악게 했다. 사망한 여아의 친모로 특정된 피의자는 미성년자약취 및 사체유기미수죄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라진 또 다른 여아를 찾기 위해 경북경찰청은 강력범죄수사대 7개 팀을 투입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수도 있는 생존 여아가 발견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런데 사건 해결에 어려움이 발생한 듯하다. 친모로 특정된 피의자는 DNA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절대 출산 하지 않았고 아이를 바꿔치기한 일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피의자 주변의 여러 남성의 DNA를 검사했지만, 친부를 식별하지 못했다. 거짓말 탐지기도 동원하고 프로파일러도 투입했지만 원하는 답을 찾지 못했다. 피의자의 임신 관련 병원 진료 기록도 찾지 못했다. 피의자 딸은 사망한 여아를 자신의 딸로 알고 있었고, 피의자의 남편과 막내딸은 아내와 어머니가 임신한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한 피의자 앞에 첨단기법도 부정당하고, 그 외 다른 확실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니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루빨리 사건이 종결되길 바라면서 경찰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몇 가지 시각을 정리해 본다.

첫째, ‘혹 DNA 검사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지 않는가’라는 시각이 있다. DNA 검사 신뢰도가 99.9999%가 아닌 100%로의 기술 향상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DNA 기법을 못 믿어? 별에서 온 사람이냐?’라는 등의 질문은 의미가 없다. 30년이 지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잡은 것은 DNA 검사의 쾌거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DNA 검사는 완벽하다’라는 인식에서 ‘99.9999%로는 부족하다’라는 사고의 전환과 기술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DNA 관련 장비의 관리상 문제는 없는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는 시각이 있다. 2016년에서 2019년 사이에 발생한 살인·절도사건 중 22건에서 동일인의 DNA가 검출되어 정밀 조사를 한 결과 시료 채취 면봉에 생산자의 DNA가 묻어 있었다. 이는 장비 관리상의 문제였던 것이다.

셋째, ‘뇌의 기억을 해독하는 기술 개발에 더 노력이 필요하다’라는 시각이다. 뇌가 기억하고 있는 것을 해독한다면, 비행기록 장치인 블랙박스를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뇌는 무의식적 생각까지 기억하고 있을지니 뇌 기억을 판독한다면 뇌 속의 사각지대 없는 CCTV를 보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인권문제만 합의된다면 증거 채취는 너무도 간단하여 완전범죄란 말이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백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라는 말을 짚어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피의자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을지라도 혹 억울한 측면이 없는지에 대해 세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선진 수사기관의 자세라는 것이다.

이 사건이 천인공노할 사건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DNA 검사나 거짓말 탐지기, 프로파일러 같은 기법이 현재적 상황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과학적 수사기법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현재에 만족해서만은 안된다. ‘창조적 파괴’라는 말과 ‘과학의 성과는 나날이 변하여 상대적인 것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도 많다. 더 나은 방향으로의 변화를 위하여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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