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철 에스포항병원 대표병원장
“작디작은 겨자씨 한 알이 커다란 나무로 자라나 새들이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듯 ‘나’라는 작은 존재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아픈이들의 쉼터가 되고 싶습니다”

지역민들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을 이어오는 의사가 있다.

바로 경북지역 유일 뇌·척추 질환 전문병원 에스포항병원의 김문철 대표병원장이다.

대구 경북고를 나와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력감에 휩싸였다.

새로운 아이디어로 연구를 진행하고 논문을 작성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시해도 교수회의에서 번번이 거절된 탓이다.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시도’와 ‘발전’에 목말랐던 김문철 병원장은 3년 동안의 교수생활을 뒤로하고 대학 병원을 떠났다.

퇴직 후 6곳의 병원으로부터 영입제의를 받았다.

그는 ‘무엇을 할 줄 아느냐’며 인센티브 등을 논하며 의사의 가치를 따지는 병원들 사이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던 포항성모병원을 선택했다.

당시 제시받은 연봉 중 최고액에 비하면 절반 이하의 수준이었지만 김문철 병원장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지역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자’는 의지만 지킬 수 있으면 됐다.

그는 이곳에서 약 2년 동안 진료업무와 함께 간호사와 레지던트 교육을 병행했고 지역 신경외과 의사들과 함께 교류의 장을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당연히 의료 서비스와 수준도 함께 높아졌다.

하지만 뇌혈관 질환의 치료에 특화된 진료 체계를 만드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점이 있었다.

촌각을 다투는 뇌혈관 질환 특성상 질환의 예방부터 발병 이후 진료·치료·회복·사후관리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진행되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김문철 병원장은 ‘제대로 된 병원’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실천에 옮긴다.

지난 2008년 포항시 북구 죽도동에 뇌졸중과 척추 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에스포항병원을 개원한 것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뇌·척추질환 전문병원이 없어, 전반적인 운영방식을 배울 멘토 모델이 없는 탓에 순탄한 시작을 맞진 못했다. 지금껏 환자 진료에만 몰두해온 의사가 병원 경영까지 생각해야 했던 이유도 한몫했다.

하지만 김문철 병원장은 개원 당시 함께 병원을 이끌어갔던 동료 의사를 비롯한 70여명의 직원들과 함께 차근차근 ‘시스템’을 갖춰갔다.

진료 체계를 갖춰갈수록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질환도 다양해졌다.

사람의 몸속 혈관은 하나로 연결돼 있는 만큼 뇌졸중 환자들은 심장 또는 하지동맥 혈관 문제가 동반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의를 영입하는 등 인력과 장비를 추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뇌혈관센터에는 심장센터가 추가됐고 이후 뇌질환·말초혈관·뇌신경재활센터까지 도입되면서 뇌혈관 병원으로 자연스레 성장했다.

척추 질환도 마찬가지다. 허리가 안 좋은 사람은 무릎도 아프고, 목이 아픈 환자는 어깨 관절의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척추센터에 통증·정형관절·스포츠운동센터가 추가되며 척추통증관절병원으로 커지는 등 진료범위가 넓어지고 해당 분야의 전문의도 자연스럽게 모였다.

이처럼 건강한 성장을 거듭한 에스포항병원은 올해로 개원 12년째를 맞은 가운데 570여명이 근무하는 경북지역 대표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스포항병원은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 전 의료진이 모여 컨퍼런스를 통해 서로 가르침을 나누고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병원의 가치를 학문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또 의료진들은 해외 장기연수와 교환교수 경험을 통해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등 전문성을 기르고 있다.

그 밖에도 지역민을 위한 무료 강의를 개최하고, 지역 보건소와 함께 일선에서 치매환자 진료에 힘쓰거나 해외로 의료 선교활동을 떠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김문철 병원장은 “병원은 사회에 보탬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병원이 가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결국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일을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병원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안정화됐다는 판단이 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의료 서비스가 낙후된 동남아 국가를 찾아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의료 선교활동을 펼치고 싶다”며 “단순한 의료봉사에 그치지 않고 환자들이 언제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을 짓고 인재를 양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게 인생의 마지막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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