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풍-세명-큰시장 '선의의 경쟁'…손님 늘어 상인들도 환영 분위기

죽도시장 입구에서 3파전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약국들. 황영우 기자
코로나19로 경기가 침체 되면서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가운데 경북지역 가장 큰 규모인 죽도시장에서 전통 약국과 신생 약국 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져 시장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특히 경북지역에서 공시지가가 해마다 가장 높은 죽도시장 입구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 약국의 아성에 신생 약국이 도전장을 던져 화제가 되고 있다.

포항 죽도시장 입구에 위치한 터줏대감 개풍약국과 기존의 세명약국, 신생 약국인 시장큰약국 간 3파전이 침체된 시장경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은 새로운 약국의 개점과 더불어 소비자의 물품 선택권이 높아지고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코로나19로 침체 된 죽도시장 활성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 상가번영회의 설명이다.

24일 죽도시장상가번영회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5일 죽도시장 입구 좌측에 입점한 인디안 죽도점 대신 시장큰약국이 새로이 개점했다.

죽도시장 전체 지도를 따라 분석해보면 50년 전통에 경북도에서 가장 비싼 땅값으로 주목받고 있는 개풍약국이 죽도시장 12구역(의류·식품·먹자골목)에 자리잡고 있다.

세명약국은 20구역(의류·잡화·통신)을 대표하는 장소에 자리 잡아 왔다.

지난 2월 5일 새로이 개점한 시장큰약국. 황영우 기자
신생 시장큰약국은 11구역(의류·한복·수예·커튼)의 선두에 자리했다.

시장큰약국이 개점하고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기존의 강자였던 2개 약국은 저마다 손님맞이 경쟁에 들어갔다.

특히 전통 맹주였던 개풍약국은 시장큰약국 개점 1달여가 지난 후에 1000만~2000만 원의 비용을 들여 약국 간판 상단에 광고 방송판을 설치했다.

또한 ‘개점 50년 역사’라는 현수막을 붙이면서 대대적 홍보에 들어갔다.

각 약국들은 저마다 강점을 자랑한다.

포항 죽도시장의 기존 약국인 개풍약국과 세명약국. 황영우 기자
개풍약국은 50년 역사의 가치에 더해 건강식품의 저렴한 판매를 주무기로 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의 가격은 3개 약국이 모두 비슷하지만 건강식품에 한해서는 시중가보다 최대 30~40% 저렴한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안상천 개풍약국 약사는 “1~2달 만에 1등 약국이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전통 맹주로 확고한 자리를 지키겠다”라고 말했다.

세명약국은 20여년 역사로 2인자격에 머물러 있지만 친절하고 상담 위주의 고객 대응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강매가 아닌 약품에 대한 상세 설명 이후 구입을 권유한다는 것이다.

김승달 약국장은 “마산이 고향이지만 해병대 군 생활을 포항 1사단에서 하면서 정들었다”며 “그때의 추억을 잊지 못해 포항에 자리잡았다. 앞으로도 건전한 경쟁을 통해 보다 더 좋은 서비스로 손님들을 맞이하겠다”고 포부를 다졌다.

시장큰약국은 신생 약국만의 장점인 신식 시설과 다양한 약품 비치를 통해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김준호 시장큰약국 대표 약사는 “전라도 광주가 원적지이지만 포항에 자리잡은지 20년이 넘었다”며 “앞서 포항 남빈동 신국제약국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랑과 신뢰를 받아 왔다. 아내와의 결혼부터 인생을 이어온 제2의 고향 포항에서 질 좋은 약품과 고객서비스로 최고의 약국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주변 상인들은 하루 유동인구만 해도 5000~6000명에 달하는 죽도시장 입구에서 3개 약국 간의 ‘건강한 경쟁’으로 방문손님이 늘었다고 평했다.

종묘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38) 사장은 “경쟁이 붙으면 서로 노력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길 일”이라며 “독과점 보다 가격·품질·서비스 모두가 향상되고 있다. 예를 들면 500원 짜리 약품이 400원으로 가격이 저렴해졌다”라고 설명했다.

상가번영회에서도 이같은 약국들의 활동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시기 이후 약국 등에서 매출이 15% 감소했지만 죽도시장 경기 활성화를 위한 또 하나의 화제 거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죽도시장은 지난 1954년 7월 ‘포항 남부상설시장’으로 개설된 후 1971년 1월 2일 ‘포항 죽도시장 상설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부지면적 약 13만㎡·건물면적 약 9만9000㎡ 규모에 점포 수 1500여개·노점 수 300여개가 위치해 있다.

종사자수는 약 4300명이고 연간 매출액만해도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일일 고객수는 평일 약 3만명·휴일 약 4만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황영우 기자
황영우 기자 hyw@kyongbuk.com

포항 북구지역, 노동, 세관, 해수청,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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