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 22일 발표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9.1%의 지지율로 1위로 올라섰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의 지지율을 오차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차이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최근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윤석열 전 총장의 등장과 지지율 급상승으로 기존 여권 주도의 대선판이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서 정치권의 새판이 짜일 조짐이 보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민심의 변화 기저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여기다 4·7 보궐선거 서울시장 단일후보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누르는 결과가 나와 민심의 향배가 요동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역대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선에서 일종의 ‘메시아’를 기다리는 현상을 보여 왔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그래서 이른바 이름 뒤에 ‘현상’이 붙고 ‘바람’이라는 단어가 뒤따랐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두면서 생긴 ‘노무현 현상’,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안철수 현상’이 대표적이다. ‘상식과 법치, 공정’의 정치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국민들 사이에 벌써 ‘윤석열 바람’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퇴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을 만났다. 정치행보의 첫걸음이라고 언론들이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한 명의 유능한 인재보다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을 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이 4·7 보궐선거가 끝난 후 정치권에 뛰어들면 여야의 대선판에 큰 지각이 오면서 새판의 구조가 짜여 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도도 지금까지 보여온 원칙과 소신의 언행일치, 부패척결 적임자, 법치에 근거한 자유민주주의 수호자 등 긍정 요인들이 결합되어 더 큰 ‘바람’이 일 것 같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사법처리한 장본인으로 보수층의 만만찮은 반발이 예상되고 ‘정치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회 저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인기가 안개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다음으로 대선에서 완주할 수 있는가이다. 역대 대선 과정에서 공직에 있었던 관료 출신들이 좋은 이미지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받으며 대권 행보를 펼쳤으나 패배하거나 대부분 중도에서 포기를 했다. 원인은 정치력 부재로 분석됐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 후보로 정치 9단 김영삼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이회창 후보의 실패,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장관 임명제청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행정의 달인’ 고건 전 총리는 노 대통령이 “총리 기용이 실패한 인사”라고 공개적으로 거론한 뒤 대선 1년을 앞두고 출마를 포기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유력 대선 주자로 부상했으나 고국으로 금의환향한 지 20여 일 만에 대권 도전을 접었다. 현실 정치의 벽을 뛰어 넘는데 실패를 했기 때문이다. 황교안 전 총리도 미래통합당 대표로 정치에 입문했으나 극우성향의 태도와 위기대처 능력의 한계를 보이면서 총선 참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정계를 떠났으나 최근 정계 복귀를 공개 선언했다.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하나 이 별을 뿌려 북두칠성이나 북극성을 만들 수 있는지는 본인에게 달렸다. “지지율은 바람과 같다.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갈지 모른다”고 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말이 민심의 변화무상을 잘 표현한 잠언(箴言)이다. 민심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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