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같은 모의훈련 허점 투성이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1층에 마련된 지역예방접종센터 출구 표지판. 출구 표지판 뒤로 부대시설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전재용 기자
대구시와 동구청이 25일 동구 아양아트센터에서 진행한 코로나19 예방접종 모의훈련에서 미비점이 잇따라 드러났다.

응급상황 발생 시 대응할 인력이 부족해 환자를 구급차에 제대로 옮기지 못했고, 예방접종센터 출구는 접종자 아닌 아양아트센터 내 시설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도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에 마련돼 불안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모의훈련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배기철 동구청장과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훈련 참가자 10여 명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앞서 접종 대상자들에게 1∼2m씩 거리를 두도록 안내하며 훈련했던 모습이 무색해진 순간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아양아트센터 1층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위한 훈련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다음 달부터 만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화이자’ 등 코로나19 백신을 놓기 위한 지역예방접종센터의 개소를 앞두고 실시한 훈련이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군인과 경찰, 소방 인력이 훈련에 참여했다.

배 청장과 채 부시장도 직접 나섰다. 미흡하거나 개선해야 할 사항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서다.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1층에 마련된 코로나19 지역예방접종센터 출구 전경. 스포츠시설 안내소와 동선이 겹친다. 전재용 기자
하지만 훈련이 시작된 지 20여 분 후 출구에서 멋쩍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방접종 이후 30분 동안 대기하는 집중관찰구역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한 훈련이 진행했는데, 응급환자 이송을 맡은 의료진과 구급대원이 환자가 실려있는 들것을 구급차로 옮기지 못한 것이다. 이 훈련에 참여한 의료진 2명은 여성이었고, 구급대원 1명은 남성이었다. 당시 현장에서는 “남자가 와서 좀 들어야 한다”는 말소리가 나왔다.

아양아트센터는 대구동산병원과는 환경이 다르다. 응급실이 없어 환자를 인근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해야 하고, 응급환자가 2명 이상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인력을 충원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대해 훈련을 평가한 한 관계자도 “대체인력을 늘려야 하는 것에 공감한다”며 “모의훈련 이후 반영되도록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 1층에서 진행된 지역예방접종센터 모의훈련에서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응급환자 이송을 담당했으나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지 못했다. 전재용 기자
모의훈련은 계속됐으나 예방접종센터 출구에서는 아양아트센터 스포츠시설을 찾은 한 시민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 출구가 스포츠시설 입구와 연결된 탓이다. 출구로 향하던 모의훈련 현장 관계자와 스포츠시설에 들어가려던 이용자가 훈련 도중 계속 마주치기도 했다. 출구 현장을 지켜본 한 시민은 “일반 시민이 드나드는 출입구가 예방접종센터 출구로 사용되면 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나 예방접종자나 서로 불안하지 않겠나”라면서 “출구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의견을 냈다.

거리 두기와 안전을 강조하는 모의훈련 현장에서 단체 사진이 촬영되기도 했다. 계획한 모의훈련 순서에도 없던 사항이다.

배 구청장과 채 부시장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접종대상자로 훈련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진 촬영은 오전 10시 33분에 이뤄졌다. 모의훈련에 참여한 일부 관계자들은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을 외면하기도 했다.

동구청은 훈련에서 발생한 미비점을 보완하고, 지역예방접종센터 운영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갖추겠다고 해명했다.

배 구청장은 모의훈련에서 “75세 이상 어른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진행하는데, 예진표나 안내문 글씨가 너무 작다. 집중대기실에 있는 칸막이도 너무 높아 비상 시 동선에 문제가 있을 것 같다”며 보완할 사항들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훈련은 미비한 점을 보완·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동구에서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사라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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