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주년 추모제’에서 나주봉 전국미아실종아동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이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개구리소년 사건 끝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닙니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이하 전미찾모) 나주봉 회장은 개구리소년 사건이 원점에서 재수사를 하면 반드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3대 미제사건 중 하나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이춘재의 범행으로 밝혀졌듯이 개구리소년 사건도 분명히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 회장이 재차 의지를 다진 것은 26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선원공원에 들어선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다. 30년 전 고인이 된 우철원(당시 13세), 조호연(당시 12세), 김영규(당시 11세), 박찬인(당시 10세), 김종식(당시 9세) 군의 넋을 기리는 추모비 제막식과 헌화가 끝난 뒤, 나 회장은 끊임없이 호소했다. 개구리소년 사건 원점 재수사를 비롯해 ‘정부와 국회 차원의 개구리소년 사건 진상규명 위원회 설치’, ‘개구리소년 사건 등 살인죄 공소시효 진정소급입법 제정’, ‘경북대법의학 A교수 미국 사인규명 의뢰서 원본파일 공개’, ‘개구리소년 유족 심리치료·생계지원’ 등이 주된 요구다.

나 회장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새까맣게 타버린 가슴을 쥐어뜯으며 30년 간 술과 한숨으로 지냈고, 몸이 병들어 사망하거나 요양병원에 누워 눈물만 훔치고 있다”며 “자식이 누운 자리도 못 오는 이 비통한 현실을 문재인 대통령과 김창룡 경찰청장이 나서서 앞서 요구한 사항들을 받아 들여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26일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주년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요구사항을 간절히 바라는 나 회장 뒤에는 화강석으로 제작된 가로 3.5m, 세로 1.3m, 높이 2m의 추모·기원비가 자리했다. 가운데 조형물은 5명의 개구리소년을 의미하는 꽃송이가 어머니 품을 표현한 꽃바구니에 안겨 있는 것을 뜻한다. 왼쪽 반원형 조형물은 새를 표현한 것으로, 5명의 아이들이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누비라는 뜻에서 제작됐다. 오른쪽 둥근 모양의 조형물 2개에는 조형물에 대한 설명과 의미, 추모비를 설치한 계기가 담겼고, 후면에는 5명의 이름이 새겨졌다.

조형물이 들어선 곳은 개구리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장소가 올려다 보이는 장소다. 지난해 11월 대구시가 유족들과 간담회를 열어 장소를 정했다.
 

26일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주년 추모제’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앞서 이곳에서는 추모·기원비 제막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제막식이 진행되는 사이 유족들은 마르지 않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제막식에 참여한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태훈 달서구청장을 비롯해 홍석준·윤재옥·김용판 국회의원, 장상수 대구시의회 의장, 강은희 대구시교육감, 김진표 대구경찰청장 등 지역 인사들은 슬픔에 빠져 있는 개구리소년 유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26일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주년 추모제’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권영진 대구시장은 “30년 동안 비통한 심정으로 살아온 부모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며 “개구리소년 추모 30주기와 여기에 세워진 추모·기원비가 어린이 실종이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새롭게 각오를 다지고, 우리 사회의 관심과 책임을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대구시도 UN 아동권리협약 추진이나 조례 제정으로 아동의 복리를 증진하도록 하겠다”며 “개구리소년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 공간(추모·기원비 터)을 보존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대구경찰청장은 개구리소년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김 청장은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경찰은 어린이들이 안전한 치안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고, 개구리소년 사건도 면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26일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주년 추모제’에서 국민의 힘 윤재옥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홍석준(대구 달서구갑)·윤재옥(대구 달서구을) 국회의원도 나주봉 회장과 유족이 요청한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홍 의원은 “개구리소년 사건의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나 회장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며 “진상규명 위원회 설치와 유족들의 심리치료, 생계지원을 위한 방안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진상규명 위원회 설치 문제는 여·야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면서도 “다만, 나 회장과 유족들이 청원을 넣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면 국회 소위에서 검토하게 된다. 여당을 설득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6일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주년 추모제’에서 故유철원 군의 아버지와 나주봉 전국미아실종아동찾기시민의모임 회장이 개구리소년들이 발견된 새방골에서 가져온 모래를 추모·기원비에 뿌리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개구리소년 사건 유족 대표인 우철원 군의 아버지 우종우(73)씨는 나주봉 회장과 함께 자식들의 유골이 발견된 장소의 흙을 추모비 주변에 뿌렸다. 어머니품과 자유를 표현한 추모비 곁에 다시 잠들라는 마음에서다.

우종우씨는 “남몰래 이곳을 찾아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 철원이, 호연이, 영규, 찬인이, 종식이 이름을 부르며 누가 너희를 어떻게 죽였는지 수없이 물으며 꿈에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대답이 없다”며 “영문도 모른 채 당한 아이들을 한 줌 흙으로 보내면서 꼭 법인을 잡아 영혼을 달래주겠다고 굳게 약속했는데, 이제 몸은 병들고 부모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면목이 없다”고 했다. 이어 “끝으로 다시 문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며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부실수사 의혹이 많은 개구리소년 사건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26일 대구 달서구 선원공원에서 열린 ‘개구리소년 추모·기원비 제막식 및 30주년 추모제’에서 故유철원 군의 아버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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