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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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6년 바르톨로뮤 디아스가 아프리카 최남단에 도착해 ‘폭풍의 곶’이라는 기념비를 세웠다. 디아스가 희망봉을 발견한 지 383년 만에 유럽에서 인도로 가는 지름길이 열렸다. 1869년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을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 수에즈 운하가 큰 배들이 통행할 수 있게 뚫린 것이다.

항로 단축을 위해 수에즈 지협(地峽)을 운하로 만들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있었다. 로마시대부터 운하 건설이 시도됐지만 큰 배들이 제대로 통행하지는 못했다. 1854년에야 이집트가 프랑스에 운하 개설권과 수에즈 지협 조차권을 양도하면서 운하건설이 본격화했다. 1859년 4월 건설 공사가 시작돼 10년 만인 1869년 11월 17일 운하가 개통됐다.

유럽~인도 간 항로는 희망봉이 있는 케이프타운을 돌아갈 경우 장장 2만㎞가 넘지만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면 절반인 1만㎞ 정도로 준다. 영국 런던과 인도 봄베이 간은 2만1400㎞에서 1만1472㎞로 단축된다.

지난 23일 이 수에즈 운하 뱃길이 막혔다. 파나마 선적 초대형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가 강풍에 항로를 이탈, 운하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좌초됐기 때문이다. 선체 길이가 400m나 되는 에브기븐호가 폭 280m인 수에즈 운하를 가로막는 바람에 운하 양쪽 해상에 200척에 가까운 각종 화물선들이 기약 없이 대기 중이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교역량의 12%가 거쳐 간다. 해운업계는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커피 등의 운송이 막혀 시간당 4억 달러(약 4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유가도 6%나 치솟았다. 수에즈 운하를 거치지 않고 돌아갈 경우 운송 시간이 7~9일 더 걸리고, 연료비도 30만 달러(야 3억4000만 원) 더 든다.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희망봉을 돌아가는 경로 등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성명까지 냈다. 세계 해상 물류가 150여 년 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게 하는 수에즈 쇼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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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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