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포항남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박영수 포항남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위

“안전속도 5030이 뭐죠? 여긴 원래 시속 60㎞였는데…”

‘안전속도 5030’이란 도시지역 중 주거·상업·공업지역 내 모든 일반도로의 최고속도를 별다른 속도제한 표지가 없다면 시속 50㎞로 제한하고, 주택가 생활도로·학교 주변·주요 상업지 주변에서는 시속 30㎞를 제한속도로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정책은 한국의 전체 교통사고의 82%, 보행자 교통사고의 92%가 도심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교통환경을 개선하고자 연구·추진돼 왔고, 오는 4월 17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선진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한국 도시부 도로의 제한속도는 높게 설정돼 있다. 별도의 제한속도 표지판이 없는 곳의 제한속도가 시속 60㎞인 곳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전체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도심 도로 사망자 수 비중이 높은 이유는 제한속도 60㎞와 무관하지 않다. 덴마크, 독일, 호주, 헝가리 등 유럽을 중심으로 1970년대부터 도시부 차량 속도를 시속 50㎞로 하향하는 정책이 시작됐으며,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수 감소 효과가 확인되고 있다.

해외연구에 따르면 시속 60㎞ 주행 중 차량과 보행자가 충돌할 경우 보행자 10명 중 9명이 사망하지만 이를 시속 50㎞로 낮추면 보행자 10명 중 5명만 사망(중상 가능성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속 30㎞인 경우에는 보행자 10명 중 1명이 사망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도시부 도로에서 5030 속도관리가 교통안전에 크게 영향이 있음을 의미한다.

UN과 WHO는 “도시부 차량속도 시속 50㎞” 적용을 권고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47개국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OECD 국가 중 도시부 제한속도 60㎞ 이상인 한국과 칠레는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 최하위 2개국이다.

2017년 서울 종로, 부산 영도 등 전국 68개 구간에 대해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범 운영했더니 전체 교통사고 건수 13.3%,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 63.6%, 사고로 인한 치사율 58.3%가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제한속도 하향에 따른 소통상 영향을 분석한 연구자료를 보면 신호등과 교차로를 반복해서 만나게 되는 도시부 특성상 주행속도가 감소하더라도 통행시간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자동차 속도를 낮추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동안 숨가쁜 개발시대를 달려오느라 사람보다 차가 먼저였다면 이제 한국은 차보다 사람을 앞에 두는 명실상부한 교통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교통흐름과 안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도심 최고속도가 더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안전한 한국은 오늘도 조금 더딘 속도로 그러나 확실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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