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박영석 계명대 언론광고학부 특임교수·전 대구MBC 사장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또 다른 혁신가들의 여정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저와 제 아내는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통 큰 기부에 나선 억만장자의 말은 메아리처럼 가슴을 울린다. 최근 세계적인 자발적 기부 운동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참여해 개인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말이다. 그의 기부액은 5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배달앱 배달의 민족 창업자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도 한국인으로는 1호로 더기빙플레지에 기부를 서약해 5,000억원 이상을 기부한다. 김 의장은 어려운 가정형편과 학창시절을 돌이키면서 “오늘의 모든 것은 신의 축복과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기부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존 롤스의 말을 빌려 “최소수혜자 최우선 배려 원칙에 따라 부는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빛난다”고 했다. 또 자신의 기부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 없이 기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빌 게이츠 부부와 워런 버핏 등이 2010년 시작한 자발적 기부운동인 더기빙플레지는 현재 25개국에서 220명이 참여했다. 이들 참여자들 가운데 김봉진 의장이 219번째, 김범수 의장이 220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기부자들 중에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말이 참 많지만 두 통 큰 기부자들의 말만큼 아름답고 가슴을 울리는 말도 없다. 특히,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목표했던 부를 얻고 난 뒤 인생의 방향을 잃고 한동안 방황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가 미국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접한 뒤 삶의 방향타를 잡았다고 고백했다. 시를 통해 삶의 의미를 새롭게 하게 되었다는 그의 말은 또 다른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어린아이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중략)…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시 ‘무엇이 성공인가’중에서)

큰 부를 이루고 그것을 선뜻 사회에 환원하는 이들에게는 그들만이 볼 수 있는 또 다른 마음의 세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들의 말이 그토록 가슴 깊은 곳까지 울림이 될 수 있을까?

세상에는 아름다운 말, 따뜻한 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감사와 사랑을 가장 아름다운 말로 자주 꼽는다. 희생과 봉사, 나눔과 평화도 아름다운 말이고 ‘미안해’를 고운 말로 꼽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어떤 말도 기부하는 사람들이 건네는 사랑의 말에는 비길 수가 없다.

과일장사를 하며 또는 식당일을 하며 평생 아끼고 모은 돈 수억 원에서 수백 억 원을 사회에 몽땅 내놓으며 하는 기부자들의 말은 그 순간 더 이상이 없는 아름다움이다. 탐욕과 이기와 질시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오늘 그들의 말은 성찰과 치유인 동시에 희망이다. 김범수·김봉진 두 의장의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주변에는 온갖 꽃들이 한창이다. 활짝 핀 봄꽃을 닮은 기부자들의 아름다운 말들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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