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안성조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견제와 갈등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고, 나아가 양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진영을 구축하여 대립하고 있다. 바야흐로 신냉전의 시대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각축장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특성에 따라 과거 우리나라는 주변국의 침탈이나 동족상잔의 불행한 역사를 겪기도 했고 지금도 남북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그 속에서 대구경북의 역사를 살펴보면 임진왜란 시에는 활발한 의병활동을 전개하였고, 일제강점기에는 수많은 애국지사를 배출하여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리고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낙동강 방어선을 사수하였다. 이처럼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대구경북은 분연히 일어나 위기를 극복했고 그 역사적·문화적·사상적 흔적은 지역과 지역민의 핏속에 남아 있다. 신냉전과 혼란의 시대에 대구경북이 평화·호국 이니셔티브를 주도하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첫째, 평화·호국 이니셔티브를 위한 사상 연구이다. 우리지역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평화·호국 역사, 사상 등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철학과 역사학계 등에서 관련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이를 집대성하고 목적에 따라 체계화하는 작업은 아직 활발하지 않았다. 따라서 평화·호국 사상과 역사에 대한 집대성과 현대적 확장을 통해 우리지역이 평화·호국 이니셔티브를 가져올 수 있는 사상적 근간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평화·호국 벨트 조성이다. 포항, 상주, 영천, 칠곡 등 대구경북의 여러 지역은 임진왜란, 6·25전쟁 등을 극복한 유적과 역사가 있다. 아울러 동해에는 국토수호의 상징인 독도가 있다. 이를 하나의 벨트로 연계하여 평화와 호국의 세계적인 지역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 평화·호국 관광코스 개발, 문화콘텐츠 개발 등이 필요하다. 주변국이 우리국토나 문화역사에 대해 도발한다면 우리는 대의와 명분을 축적하고 이를 세계적으로 홍보하여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셋째, 평화·호국 글로벌화이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국란을 겪었고 지금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구경북의 의미와 역할은 지대하였다. 평화·호국과 관련하여 대구경북만큼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지역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평화·호국 사상과 관련한 연구기관 유치, 국내외 연수프로그램 운영, 체험형 교육커리큘럼 개발, 평화·호국 학문화 추진 및 학술활동 활성화, 글로벌 홍보활동 전개 등을 통해 평화·호국 사상의 대표지역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난 3월 26일은 안중근의사 순국 111주년이다. 안중근의사는 「동양평화론」을 통해 약육강식의 국제질서를 극복하고 한중일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여 동양평화를 이루고 나아가 세계평화에 기여하자고 주장하였다. 신냉전의 시대에 안중근 의사의 큰 뜻을 생각하며 대구경북이 세계적인 평화거점이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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