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수렵 채취 유목생활을 하던 인간이 정착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쌀’과 ‘밀’의 재배였다. 인간의 수렵 생활은 에스파냐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 산티야나 델 마르 마을에서 발견된 기원전 3만5000여 년 전의 구석기 시대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동굴 천정에는 그 당시 인류가 그렸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다양한 동물들의 채색 그림이 가득하다. 그 중 구석기 시대 최고의 명화, ‘상처 입은 들소’는 인간이 협동해 목숨을 걸고 큰 동물 사냥에 나섰음을 사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이처럼 수렵으로 살아가던 인간은 ‘쌀’과 ‘밀’의 재배법을 발견해 정착 생활을 시작했다. ‘쌀’은 동양문화, ‘밀’은 서양문화로 자리 잡았다. ‘쌀’과 ‘밀’을 주식으로 생활하던 인간 역사 속에 간편하게 조리를 하는 ‘라면’의 등장은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만 가능했던 식사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즐길 수 있게 됐다. 라면이 ‘신 유목민’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라면의 원조’ 농심 창업주인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지난 27일 향년 92세로 눈을 감았다. 56년간 농심을 이끈 신 회장은 국민 라면인 신라면(1986년)과 짜파게티(1984년)를 개발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스낵 새우깡(1971년)을 탄생시켰다. ‘라면의 거인’이자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K-푸드’의 선구자다. 라면에 대한 그의 애정과 한국의 맛을 구현하려는 고집이 신라면과 짜파게티, 너구리(1982년), 안성탕면(1983년) 등 수십 년간 사랑받는 메가 히트 라면들을 탄생시켰다.

1991년부터 국내 시장을 석권한 신라면은 지금도 하루 평균 300만 개가 판매된다. 국내 전체 라면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일본 미국 홍콩 대만 등 100여 국에서 신라면이 팔린다. 외국인들이 한국 특유의 얼큰한 신라면을 먹으며 땀을 흘리는 모습은 일상이 됐다.

곽성일 행정사회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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