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연 문경 시조시인
황재연 문경 시조시인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이화령(梨花嶺·548m)은 소백산맥 조령산(鳥嶺山·1017m)과 백화산(白華山·1063m) 사이에 있으며, ‘고려사지리지’에 이화현(伊火峴)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다.

이후 ‘대동여지도’등의 여러 지도에서도 이화현(伊火峴) 또는 이화치(伊火峙)로 표기하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화현(伊火峴)은 연풍현 동쪽 7리 문경현 경계에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구한말지형도’, ‘조선지지자료’, ‘조선지형도’와 같은 1910년대 이후 일제시기에 발행된 지도부터 ‘이화령’으로 바뀐 명칭이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고개 주위에 배나무가 많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일제 때 길이 확장되고 3번 국도가 영남과 기호지방을 잇는 신작로, 자동찻길로 탈바꿈하면서 이화령로(梨花嶺路)가 되고, 그것이 ‘이화령이란 지명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한국지명유래집 경상편에는 고개가 험하고 산짐승이 많아 여러 명이 어울려서 고개를 넘었다고 하여 이웃재, 이웃리재 등으로도 불렀다는 황당한 기록도 전하고 있다.

그럼 ‘이화령:이화현:이화치’라는 지명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이화령은 예로부터 ‘이우리재’로 널리 알려진 문경지역의 대표적인 고갯길이지만, 그 유래를 명확하게 밝혀 놓은 사서나 문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런 사정으로 필자는 우리 한민족이 고대부터 살아왔던 곳의 옛 지명들을 두루 훑어보다가 문득 먼 북방의 우리 고토(古土)에 ‘이우리산’이라는 이름이 지금까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특히 만주지역에서는 ‘이우리산’을 이우뤼산(醫巫閭山·Yiwulushan, 의무려산) 또는 뤼산(閭山· lushan, 려산)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우리재’는 ‘의무려재’의 중국식 발음의 이름이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중국 대부분의 영토가 고대 우리나라 영토였고, 이에 따라 현재 중국에 있는 지명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쓰이고 있는 사례가 수없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고조선은 도성 북쪽 산마루에 천제단(天祭壇)과 함께 신당(神堂) 혹은 무려(巫閭)를 설치하여 나라의 안녕을 기원했고, 이우리재는 바로 이 영산(靈山)으로 통하는 지름길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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