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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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 마시고 가라(喫茶去·끽다거)’는 불교 선종의 화두는 유명하다. 불교에 대해 이런저런 물음을 던지는 이들에게 선사가 똑 같이 “차나 한 잔 하고 가시게”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구질구질하게 불교가 무엇인지 묻지 말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는 선문답이다. 또 ‘차와 선은 같다(茶禪一如)’라 하고 ‘차와 선은 같은 맛(茶禪一味)’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차(茶)와 불교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차를 끓이고 마시는 것은 단순히 기호품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다. 차관에 물을 끓여 차를 우려내 맛을 음미하는 것을 불교 수행의 한 방편이자 도의 경지에 이르는 길로 여겼다. 심산 고승이나 말사의 중들까지 차로 졸음을 쫓고 정신을 가다듬었다. 불교를 중심으로 차 문화가 계승된 것이 이 때문이다. 국내에 차가 도입된 것은 신라 시대 사찰과 왕실이 중심이었다.

‘삼국유사’에는 부처에 차를 공양했다는 기록이 여럿 나온다. 경덕왕이 삼월 삼짇날 남산 삼화령 부처에게 차 공양을 하고 타박타박 걸어 내려 오던 충담 스님을 불러 가르침을 구한다. 충담은 왕에게 차와 함께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라는 ‘안민가(安民歌)’를 지어 바친다.

자신에게도 차 한 잔을 달라는 경덕왕에게 충담은 “짊어지고 있던 앵통에서 다구를 꺼내 차를 달여주었다”는 대목에서 당시 차 문화가 얼마나 일반화 돼 있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불교 행사에서 향과 꽃, 과일과 쌀, 등불 등 6가지 공양물을 올리는 것을 ‘육법공양’이라 하는데 이 공양품에도 차가 빠지지 않는다.

경주시와 기림사가 1000년 역사의 ‘신라차’를 복원한다는 소식이다. 기림사로 통하는 왕의길 가까운 곳에 차밭 1㏊를 일구고 차 정원도 꾸민다고 한다. 경주와 불교, 불교와 차 문화의 뿌리가 깊어서 ‘신라차’는 세계에 내 놓아도 손색 없는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차를 마시며 ‘안민가’를 부를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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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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