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어들고 싶게 하는.
<감상> 일기예보를 보니 주말에 전국적으로 비 예보가 있어 황인숙 시인의 「비」를 골랐다.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과 같은 싱싱한 표현들은 황인숙 시인의 전매특허다. 아이들과 시 암송을 오래 하면서 늘 황인숙 시인의 시를 암송 목록에 넣는다.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말의 힘」도 그중 한 편이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황인숙 시인의 시를 처방한다. 자기도 모르게 탭댄스를 추는 기분이 들 것이다. <시인 김현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