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윤석열 바람’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지가 잘려 ‘죽은 권력’이 된 박근혜를 이용해 ‘윤석열 바람’을 막을 수가 있을까. ‘윤석열 바람’이 세간을 파고들며 ‘윤석열 현상’까지 일으키자 여권에서 윤의 바람을 막기 위해 ‘박근혜 사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이제이(以夷制夷)식 전술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용으로 마지막 카드로 비장해 두고 있는 ‘박근혜 사면’설이 최근 들어 여의도 정가에 퍼지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올 들어 계속되고 있는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여야 후보 통틀어 선두를 지키며 날이 갈수록 인기가 상승하자 여권으로서는 더 이상 방치만 한 채 속을 끓일 수가 없다는 것이 현실이 됐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 대선 단일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세면 여권 입장에서는 이미 손에 넣은 것처럼 보였던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수도 있게 됐다.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가 공석에서 ‘20년 집권’을 공언했을 때와 상황이 180도 달라진 현실이 됐다. 그래서 여권에선 조바심이 생기고 비상사태의 인식까지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 등 1백명이 넘는 고위직 인사들을 적폐청산 대상으로 수사를 지휘해온 장본인(윤석열)이 ‘문재인의 공동운명체’에서 이제 문 정부와 대척점에 서는 운명이 된 것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권의 법무장관을 했던 조국·추미애와 박범계 장관이 ‘검찰총장 윤석열’을 무 뽑듯 총장직에서 뽑아내기 위해 수사 지휘권 발동 등 갖은 권력을 동원했으나 모두가 허사로 돌아가고 ‘윤석열’이라는 한 명의 ‘검사’를 ‘대선주자 선두의 인물’로 만드는 결과가 되어 버렸다. 이러는 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월 31일자로 교도소 생활 4년을 맞았다. 문 정부가 회오리치는 ‘윤석열 바람’을 막아 보겠다고 ‘박근혜 사면’ 카드를 언제 사용할지 택일을 놓고 이해득실의 주판을 굴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문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한 뒤 이튿날 사면론을 꺼내 든 뒤 새해 첫날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게는 승부수로 던졌던 ‘사면론’이 결국은 독이 되고 말았다. 정치권에선 매사에 신중한 이 전 대표가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신년회견에서 이 대표의 사면론에 선을 그으며 반대의 입장을 밝혀 사면론은 수면 아래로 잠겼고 이 전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 사면론이 윤 전 총장의 대선 주자 부각으로 여권의 ‘윤석열 방패막이’용으로 수면 위로 다시 떠올랐다.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 세계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물고 물리는 한국적 변이의 합종연횡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사면된다면 과연 문 정부의 이간계(離間計)에 편승해 윤석열 방패막이로 나서 줄 것인가. 정치권의 분석은 다양하다. 박 전 대통령의 스타일상 한번 틀어진 사람과는 절대 상종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그래서 사감(私感)이 겹겹이 쌓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는 없을 것 이다는 것이다. 여권도 여기에 기대를 하고 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했던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대승적 차원에서 통 큰 결단을 내려 위기에 몰린 보수 진영을 구하는데 협력을 할 것”이란 관측들을 내놓고 있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이 제갈공명이 사마의에게 그랬던 것처럼 ‘죽은 권력이 산 권력을 막는 역할에 나서 보수진영에 승리의 일조를 한다면 ‘신의 한 수’를 택했다는 후세의 평가를 받을 것도 같다. 여권 입장에서 계륵(鷄肋)이 되고 있는 박근혜 사면론이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날지 국민들의 관심은 점입가경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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