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게으른 정의’ 표지
‘게으른 정의’(표창원·한겨레출판)는 범죄심리학자로 잘 알려진 표창원 전 의원의 정치비평서이다.

범죄현장에서 진실과 정의를 찾듯, 한국 정치에서의 진실과 정의를 찾기 위해 들어선 국회의원의 길, ‘상설 전투장’ 같았던 국회에서의 시간들과 그 안에서 목격한 보수, 진보의 불의에 대한 기록이다.

프로파일링을 하듯, 그간에 전념해온 범죄 분석의 경험과 이론, 잣대를 활용해 정치계를 수사, 분석한다.

보수의 품격을 잃어버린 보수, 촛불 명령을 무력하게 만든 진보를 어느 누구의 눈치 보는 것 없이 대차게 폭로하고 비판한다.

본업 아닌 ‘다른 일’로 바쁜 국회의원들이 알면서도 저지르는 불법들, ‘전쟁 국회’를 부추기는 ‘실세’들을 낱낱이 열거하고, 한국의 청년 정치가 나아갈 바를 세계 각국의 청년 정치와 비교하면서 실현 가능한 전략과 방법으로 제시한다.

저자 스스로 “정치와 무관했던 한 시민이 본의 아니게 정치인이 되어 시민을 대표하기 위해 애쓰면서 겪고 느낀 솔직한 심정의 기록”이라고 밝힌 이 책은, 중요한 선거들을 앞두고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가 무엇인지 비교하며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표창원
아울러 표창원의 소신 있는 발언을 신뢰해온 독자들에게 오래간만에 속 시원하게 해줄 비평서가 될 것이다.

형사 출신에 영국 유학을 거친 경찰대학 교수, ‘그것이 알고 싶다’ 등 시사고발 탐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프로파일러’, ‘범죄심리학자’로 알려지고, ‘한국의 연쇄살인’, ‘프로파일러 표창원의 사건 추적’등 저술활동을 해온 독보적인 범죄 분석 전문가. 2012년 12월 11일까지 표창원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의 여론 조작 의혹이 일자 그의 행보가 바뀌기 시작한다. 진실을 오염시키는 각종 찝찝한 의문들 앞에서, 표창원은 범죄수사 전문가로서 “다른 범죄사건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진실규명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대학 교수가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강력한 비난이 일자, 철밥통 교수직을 포기하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택한다.

그 후 “한 사람의 시민이 자유로운 개인의 의사로, 자기 앞에 다가온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옳다고 믿는 주장을 용기 내 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한다.

‘정의의 적들’, ‘표창원의 정면돌파’ 등 대한민국 정치를 범죄심리학적 접근법으로 분석하며, 알기 쉽고 투명하게 정부와 국회의 면면을 밝혀왔다.

‘게으른 정의’는 박근혜 국정농단에 대한 촛불혁명부터, 국민의 절대적 지지로 세워진 문재인 정권에 대한 비판과 회의가 일기까지의 사건들, 그 우여곡절 중심에서 표창원 전 의원이 목격한 정치의 민낯이다. 또한 “용기 있게 옳은 소리를 하고 탄압과 핍박을 받아도, 어느 한쪽의 정치 진영이나 정당 편을 들지 않고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그래서 정치에 입문했고, 다시 정치를 떠난 ‘한 사람의 자기 고백’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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