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포항공대).

포스텍(포항공대)이사회(이사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가 재정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를 국립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포스텍 등에 따르면 학교법인 포항공대는 지난 1월 1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어 올해 예산안·임원 선임안과 함께 재정건전성 향상 방안을 협의했다.

이사회 회의록에는 최정우 이사장이 포항공대를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이사들에게 물어봤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김무환 이사(포항공대 총장)는 “국립 과학기술특성화대로 전환된다면 국가 전체적으로 봐서는 좋은 방향이지만 포항공대가 가진 사립대로서 발전 방안이 약화할 수 있어 어떤 방안이 좋을지 지속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이사들은 “포항공대가 국가에 소속되면 독립성을 잃고, 현재 4개 국립 과기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국립으로 전환되면 한국과학기술원(KIST)과 경쟁하기 힘들어 사립대 경영마인드를 유지해야 경쟁할 수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 이사는 “장기관점 재정문제와 학교발전 지속성을 고려해 기부채납도 고려할 수 있는 대안이다”고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최 이사장은 “국립 과기특성화대로 전환하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검토해보기로 하자”며 해당 안건 논의를 마무리했다.

포스텍 관계자는 “당장 국립대 전환을 꾀하는 것이 아니고 단순히 검토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아래 내용은 총장실에서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보낸 메일 내용>

“안녕하십니까, 총장 김무환입니다.

오늘 자(4월 2일) 조선일보 기사를 읽고 놀라셨을 포스텍 가족 여러분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이러한 기사로 여러분들을 혼란스럽게 해드린 점에 대해 총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해당 기사는 지난 1월에 열린 이사회의 보고안건인 <포스텍 재정건전성 향상 방안>의 회의록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실제 논의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대학의 자산은 현시점에서 2020년 2월 대비 약 3,691억 원이 증가한 상황으로 대학 운영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또한, 대학의 기부채납에 대한 의견이 이사회 과정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벤처기업 육성이나 대학 자산 관리 등 대학의 재정건전성 향상 방안 중 하나로 나온 것입니다.

포스텍 구성원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시다시피 대학 경쟁력 강화는 우수한 학생과 탁월한 교수를 유치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세계적인 대학도 지속적인 불경기 속에서 리스크가 큰 투자를 감행하고 있으며 우리 대학과 같은 방향성을 가진 국립 이공계특성화대학은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사립대학인 포스텍은 이러한 지원 없이, 자산투자부터 등록금에 이르기까지 종합사립대학을 기준으로 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약점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국립대학 이상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해왔음에도, 대기업이 설립한 대학이라는 대외적 이미지나 사립대학이라는 이유로 발전기금 유치 역시 저들 대학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와 같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나 탁월한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만들어내는 것(The best way to predict the future is to create it)”이라는 말처럼 대학은 여전히 안정적인 상황 속에 있음에도 이러한 약점을 수용하고 진취적인 기회로 삼고자 했습니다.

이에 따라 창의적인 재정건전성 향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또한 이런 흐름 속에서 이사회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하였습니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국립 이공계특성화대학과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고 그중 하나로 기부채납에 관한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의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할 뿐입니다.

외부에 공개토록 되어 있는 이사회 회의록에는 이러한 맥락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고, 대학 행정이나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 있는 이상, 이 부분에 대한 제삼자, 즉 언론의 이해는 부족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에서도 이 부분을 객관적 자료를 통해 충분히 설명했으나, 전혀 다른 의미로 기사가 작성되었습니다.

또, 기사에서 언급된 한 랭킹의 경우, 특정 출판사가 자사 출판사 저널을 통해 출판한 논문 수를 가지고 매기는 랭킹으로 규모가 작은 우리 대학의 특성을 고려하면 순위가 낮을 수밖에 없으며, 이 결과가 연구 성과의 질과 수준을 논할 수 있는 지표는 아닙니다. 이 점에 대해 오해하시지 않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 대학이 올해로 35년을 맞이하면서 중견 교수님들이 퇴직하시며 세대가 교체되는 상황 속에서 다소 성장세가 둔화된 점은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2020년 논문 인용 수, 상위 10% 이상 저널 게재 논문 수나 연구비는 2019년에 비해 상승하며 포스텍 제2의 도약을 기대케 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19라는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교수님들의 연구는 더욱 빛났으며, 학생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 직원 선생님들의 근면함은 대학 경영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어떠한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포스테키안의 창의성, 성실성, 진취성, 도전정신 때문에 포스텍은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음을 저는 지난 한 해의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사랑하는 포스테키안 여러분,

이사회를 포함하여 모든 대학 경영진과 구성원들은 대학의 영구한 발전을 위하여 매일 매시간 본분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저희는 앞으로도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기사보다는 구성원 모두가 지금까지 함께 이루어온 포스텍의 기적적인 역사와 경험을 믿어주십시오.

또, 이러한 기사는 앞으로 우리가 잠재력과 열정이 넘치는 미래 인재들을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될 수 있습니다. 구성원 여러분께서는 대학의 현황을 정확하게 이해해주시고, 좋은 인재들을 놓치지 않도록 주변과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경영진과 법인도 대학 재정건전성 향상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강구하며, 어제보다 나은 포스텍을 만드는 일에 더욱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좋지 않은 일로 자주 말씀드리게 되는 점, 구성원 여러분께 양해를 구합니다. 앞으로도 대학 발전에 도움이 될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총장실의 문을 두드려주십시오.

다시 한번, 포스텍의 비상(飛上)을 위해 함께 뜁시다.

감사합니다.

2021년 4월 2일 총장 김 무 환”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