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첨단 기술 기업들이 중국 자본에 잇따라 넘어가고 있다.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을 ‘국가 안보 사안’으로 다루겠다며 반도체 업계와 회의를 갖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가 이렇게 손 놓고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

구미산단의 중견 시스템 반도체 업체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에 1조6000억 원에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와이즈캐피털은 올해 하반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그나칩반도체의 제품은 2000여 종이나 되고, 첨단 DDI(디스플레이 구동칩)와 전력반도체 등 보유 기술특허가 3000건이나 된다.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자본으로의 매각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구동 IC의 강자이자, 미래 자동차에 응용될 전력 반도체를 개발·생산하는 첨단 기술기업이다. 정부의 매각 승인 관문을 통과한다면 당장 한국의 OLED 디스플레이 패권은 물론 차량용 반도체 산업에도 위협이 될 것이 뻔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반도체 핵심 기술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며 매각을 막아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매그나칩반도체 구미사업장 노동조합은 오늘부터 28일까지 사업장에서 중국계 자본에 매각을 반대하는 집회를 연다.

이처럼 구미산업단지의 첨단기술 기업들이 중국 자본의 첨단기술 약탈 표적이 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OLED용 유리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라스 구미 사업장이 중국 기업에 매각 됐다.

정부는 지난 1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국가 핵심기술 지정 등에 관한 고시’와 ‘산업기술보호지침’을 개정했다. 반도체 등 12개 분야의 71개 기술이다. 이 중 반도체는 10개 항목인데, OLED구동 IC나 전력 반도체를 적시한 내용은 없다.

바이든 정부처럼 매그나칩반도체 매각을 ‘국가 안보 사안’에 준하는 엄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 국가 핵심기술인 반도체와 OLED 분야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정부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포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최근 가속화 되고 있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해외 유출과 관련, 보호해야 할 기술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보호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