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기술 유출 우려 표명

임상택 매그나칩반도체 노조위원장이 지난 2일 경북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임상택 매그나칩반도체 노조위원장이 지난 2일 경북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용기 기자

“하이디스를 기억하십니까? 매그나칩 반도체 매각은 제2의 하이디스 사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반드시 중국 자본으로의 매각은 막아야 합니다”

임상택 매그나칩 반도체 노조 위원장은 매그나칩 반도체의 중국 자본 매각이 가져올 어두운 미래를 이렇게 예측했다.

하이디스는 하이닉스반도체 LCD 사업부가 분사한 기업으로 2002년 당시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던 중국 BOE에 매각됐다.

하이디스를 인수한 BOE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하이디스의 기술과 노하우를 빨아들여 이를 발판으로 현재 세계 1위 LCD업체로 부상했고 빈껍데기 신세가 된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의 한 기업에 팔렸다. 그 과정에서 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임 위원장은 “중국의 BOE는 국내 하이디스 인수 후 현재 LCD 사업 분야에 있어 세계 1위 업체로 도약했고, 이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LCD 분야에서 사업을 철수하는 상황을 가져왔다”며 “이는 당시 매각 관련 정부의 안일한 생각으로 발생한 문제”라고 경고했다. 이어 “하이디스 사태 당시 2000명에 이르는 직원들이 해고됐고 한국과 LCD 기술력이 10년 이상 차이가 나던 중국은 단번에 기술력을 올려 세계 LCD 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며 “매그나칩 반도체 중국 자본 매각은 이와 같은 상황이 매그나칩 OLED 사업이나 전력반도체에서도 다시 재현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국가 차원에서의 보호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매그나칩 반도체 주력 제품인 디스플레이 구동 집적회로 (DDI)는 TV, 스마트폰의 OLED 패널에 들어가는 핵심반도체로 삼성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임 위원장의 설명대로라면 매그나칩 반도체는 중국 자본에 의해 기술만 빼앗긴 채 버려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곧 국가 주력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는 LCD에 이어 반도체 관련 시장마저 중국에 내어줄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것도 연구 개발에 의한 경쟁이 아닌 기업사냥으로 인한 결과라면 이를 승인한 정부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국가 핵심기술로 매그나칩 반도체 매각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가 있어야 가능하다.

임 위원장은 “정부는 이번 중국계 자본으로의 매각에 대한 승인을 불허해 국내 반도체 기술 유출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정부의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중국 자본 매각 결사반대를 선언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이어 8일 회사 앞에서 매각 결사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달 26일(미국 현지 시각)매그나칩 반도체는 뉴욕 거래소 공시를 통해 중국계 자본인 와이즈로드캐피탈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회사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그나칩 반도체는 2004년 하이닉스가 구조조정으로 비메모리 사업 부분을 분사하며 설립된 회사로 2011년 뉴욕증시에 상장됐다.

이후 지난해 파운드리사업부를 국내 SK하이닉스에 매각하고 현재는 구미사업장과 청주, 서울사무소를 두고 디스플레이 사업과 전력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는 국내 토종 반도체 회사다. 전 직원은 880명으로 구미사업장에 500여 명의 근로자 근무하고 있으며 그중 조합원은 395명이다,

특히 세계 1위의 OLED 디스플레이 구동 칩을 삼성 디스플레이 등 세계 최대의 패널 제조사에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전력 솔루션 분야에서도 선도 기업으로 전 세계 350여 고객사 및 기술특허 3000건을 바탕으로 스마트폰의 배터리부터 가전, 통신, 산업용 제품에 쓰이는 Super-Junction, MOSFET, IGBT, Power IC 등 2000여 종의 프리미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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