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트기 조종사 꿈꾸다 건설업체 '조종수' 되다

조종수 서한 대표이사 회장이 6일 경북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이름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도로·철도도 제대로 없던 청송군 현동면 도평리 오지에서 태어난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제트기 ‘조종사’가 되길 바랐다.

제트기를 몰고 미국 로스엔젤레스까지 날아가길 소망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조종수’라는 이름을 줬다.

아버지의 뜻대로 제트기 조종사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조종수’는 2018년부터 3년 연속 대구 건설업계 매출액 1위를 달성한 (주)서한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정규직원만 400여 명에다 200개 협력업체를 진두지휘하는 ‘조종수’가 된 셈이다.

길을 평평하게 만든다는 뜻의 ‘도평초’와 편안하고 덕이 있는 ‘안덕중’졸업한 그는 “사람들이 오가는데 평안한 길을 닦기 위해 토목공학과를 선택했고, 47년 동안 이 분야에 매진했다”며 “2003년 7월 사장으로 취임한 지 17년 8개월 만에 회장에 올랐는데,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라며 활짝 웃었다.

조 회장은 또 “소위 임관하고 처음으로 찾은 서울역 지하도에서 길을 잃을 정도로 촌놈이었던 내가 이런 자리에 올랐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기만 하다”고도 했다.

ROTC(학군사관) 12기인 조 회장은 육군 공병대 중위로 예편한 뒤 한국농어촌공사에서 5년 근무한 이후 줄곧 ‘서한맨’으로 눈부신 성장세를 이끌어왔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와 맞닥뜨린 뒤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지만, 사이버 모델하우스 분양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든 데 이어 아파트 생활시스템의 디지털화도 꾀했다”며 “인력이나 자재가 제때 공급되지 않거나 가격이 급등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스템에 기초해 일이 진행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등 보람도 많았다”고 되돌아 봤다.

재개발·재건축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집중되다 보니 토지확보에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조 회장은 외지에 눈을 돌려 토지확보와 공사수주에 나섰다.

그는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유성둔곡지구 서한이다음’을 ‘완판’하면서 전국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오직 좋은 집’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서한이 전국 곳곳에서 수도권 빅브랜드 못잖은 가치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현장에서 실무를 총괄한 정우필 사장과 호흡을 맞추게 된 조 회장은 “집에 대한 개념·수요층·수요자의 라이프 스타일 모두 달라질 만큼 이제는 축이 바뀌었다”며 “정 사장과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주택문화를 만들어내고, 인재 육성과 미래 신사업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대구 중구 출신으로 ROTC 12기 동기인 배우 안성기 씨를 주인공으로 한 ‘안성기 거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해 아쉽기만 하다는 조 회장은 “대구를 대내외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자동차부품이나 섬유 관련 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이어 “세계적인 스타도 고향의 정은 살아가는 데 가장 큰 힘이 된다”면서 “서한이 전국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이 되더라도 서한은 향토 대구기업이고, 대구시민의 사랑이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새겨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환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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