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 4연패 고리 끊고 서울·부산 탈환
與 책임론 부상…文 대통령 레임덕 가속화 전망

4ㆍ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해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
4ㆍ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해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

이변은 없었다. 

여야의 명운이 걸린 대한민국 1·2 도시 서울·부산의 수장을 뽑는 재보궐선거에서 다수의 시민들은 야당의 ‘정권심판’을 선택했다.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 전초전이자 대선 정국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지닌 4·7 재보선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김영춘 후보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리며 승리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

8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개표가 100% 완료된 가운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57.50%를 득표하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39.18%)를 18.32%포인트 격차로 압도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박형준 후보가 62.67%로 김영춘 후보(34.42%)를 더블스코어 가까이 앞섰다. 개표 초반부터 국민의힘이 두 자릿수 차이로 앞서가면서 서울과 부산 광역선거를 비롯한 전체 개표 집계는 오후 3시가 조금 넘어 완료됐다.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국민의 회초리가 작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등에서 여당에 힘을 모아준 다수의 시민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대했지만 코로나19 확산과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면서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고조됐고, 반년 이상 이어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다투는 모습에 이어 집값 폭등과 선거 초반 불거진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까지 터지면서 국민의 신뢰가 급속히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은 선거 막판 부동산 문제를 비롯한 각종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했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인 민주당의 행태에 국민은 결국 ‘상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정치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속설을 여김 없이 드러낸 선거였다”며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았던 민주당이 국민의 따끔한 질책을 받은 만큼 앞으로는 파트너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인은 “지지·성원해준 유권자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고, 같은 당 박형준 당선인 “민심이 이 정권 실정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저희가 잘해서 이런 지지를 얻었다기보다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를 당하자 깊은 정적에 휩싸였다. 

이번 선거 결과가 문재인 정부 심판 의미를 띤 만큼 청와대가 체감하는 충격의 강도는 클 수밖에 없다. 임기를 1년 1개월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대통령 레임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감지된다. 임기 초반 80% 안팎이었던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올해 들어 30%대 초반으로 내려앉은 것은 물론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당한 패배인 만큼 청와대로서는 뼈 아플 수밖에 없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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