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 전 고향 상주(尙州)에 있을 때다.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 동창회 모임에 환갑이 되어서야 오랜만에 나타난 친구가 나를 보고 대뜸 한다는 첫마디가 “살아있네~” 말을 하는 것이다. 그 순간은 얼떨떨하여 반가운 마음에 악수만 하고 지나쳤지만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서운한 감이 든다.

환갑인 중간 늙은이들이 졸업 후 만나 친구에게 첫 말 한마디가 “살아있네~”라니 “그렇다면 이 세상 지구를 떠나 없기를 바랐나” 하는 서운함은 물론 괘씸하고 분노까지 치밀어 오른다. 60년 주기인 한 사이클 마감하고 부메랑 되어 되돌아 다시 제2 인생 시작되는 환갑을 맞도록 오랜 세월을 살기는 살았다. 살얼음판 코로나일상에도 버티며 “살아있네~” 그 말 중얼거려 새겨보며 위안도 해 본다.

파란만장한 인생역경 속에 긴 세월 살아오면서 한·두 번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가서 죽을 고비 넘긴 것을 생각하면 “살아있네~”라는 말이 도리어 감사해야 할 말이 아닌가 하며 좋은 감정으로 받아드리니 마음이 편하다. 몇 주 전 만해도 꽃샘추위 찬바람에 한겨울 되돌아오는가 싶더니 무르익는 절기에 맞게 요즘 모든 식물이 울긋불긋 새싹이 돋아 “살아있네~”말이 실감하게 한다.

겨우내 움츠러들어 있던 모든 생명들이 신록의 옷으로 부품 하게 껴입고 “여기, 나 살아 있소” 하며 기지개를 켜고 뽐낸다. 봄은 한 마디로 모든 생명들이 제각각 ‘살아있음’을 알리는 계절인 것이다. 제방과 길섶엔 이름 모를 풀들이 초원으로 물들어있고 나뭇가지엔 물이 올라 싹을 틔웠으며 이들 중 산모퉁이에 ‘꽃 중에 꽃’ 진달래가 수놓고, ‘봄의 천사’ 하얀 벚꽃 행렬이 시내 곳곳에 장관이다.

봄에는 가지마다 많은 새 생명을 움 틔운다. 오묘하고 신비스런 자연의 일상적인 변화들을 통해 생명의 위대함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살아 있다’는 자체가 축복이다.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누구나 오래 살아가길 원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도 있듯이 살아 있는 생명은 모두가 소중하고 고귀하다.

지난달 코로나 퇴치 기도하러 완전무장하고 성모당에 갔다 앙상하게 마른 나뭇가지에 봄이 오자 새싹이 움트는 것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살아있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새하얀 목련과 벚꽃이 피고 새가 지저귀니 지나간 겨울은 잠시 동면했지 죽지는 않았다는 심오한 의미의 신비로운 자연섭리가 깨우쳐준다.

5인 모임 금지로 멈춤의 암흑 코로나 일상 끝이 나고 다시 동창회 모임 손 모은 기도 열심이다. 밥 먹고 ‘위하여’ 삼창 하고 18번 노래 부르는 일상이 본래의 인생이다. 살얼음판 숨 막힌 코로나 일상에도 살아남자 그래서 “살아있네~” 외치자 “자네도 살아있네~” 합창하자. 오기로 버티며 코로나 이기자 친구야! “모두 건강하게 오래 살아보세” 마스크 벗어 던져 뛰고 두둥실 춤추는 그때가 분명히 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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