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노동조합
첫 번째 소설집 ‘우리 언젠가 화성에 가겠지만’에서 다채로운 상상력을 펼쳐 보이며 독자들을 만났던 김강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소비노동조합 ’(아시아)이 출간됐다.

이번 소설집에서도 작가의 상상력은 두드러진다.

무인도에 홀로 낙오돼 하루하루를 버티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월요일은 힘들다’에서부터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는 세계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소비노동조합’, 통일 이후의 사회는 어떤 식으로 다가올 것인지를 그려낸 ‘와룡빌딩’ 등 현재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그리 멀게 느껴지는 것도 아닌 이야기들을 담았다.

“내 생애에 통일된 한반도를 보다니. 모두들 꿈만 같다고 생각했다.”

통일 이후의 한국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김강은 건물주조차 살기에 녹록지 않은, “가진 것 모두를 투자한,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여유가 없었다.”라는 말이 통용되는 한반도 통일 이후의 생활을 그려낸다.(‘와룡빌딩’) 누군가에게 통일은 부동산 투기를 할 땅이 더 늘어나는 일에 불과하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이나 후나 살아가는 것이 팍팍하기만 하다.

“그들은 정말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정말로.”

살아가는 일이 녹록지 않은 것은 무인도에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무인도에 조난 당해 하루하루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는 ‘나’의 일상은(‘월요일은 힘들다’)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한 분투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끝은 똑같은 분투의 반복일 뿐이다. 가끔 일말의 기대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 전체가 그들의 사업장인 거지요. 우리는 그 사업장에서 ‘소비’라는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고요.”

표제작 ‘소비노동조합’은 기본소득제가 시행된 “황금시대”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전도된 생산과 소비의 역학,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를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이 같은 배경을 두고 고리대금업자를 화자로 내세운 설정이 흥미롭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사채업을 운영하는 ‘나’는 일관된 원칙으로 채무자들을 만난다. 그런 그를 당황하게 만드는 인물인 형진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롭다.

형진은 ‘나’에게 빌린 돈으로 친구들과 기본소득 인상을 주장하며 기본소득부 장관 집무실을 점거하는 사건을 벌인다. 결국 체포돼 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어서는 자신의 직업이 ‘소비자’임을 강변한다.

홍기돈 평론가의 말처럼 김강은 “인간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에 주목하는 작가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일상에만 천착하지 않고, 조금은 큰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야기를 쓰는 데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그 말들이 이 소설집을 읽는 열쇳말이 될 것이다.

저자 김강은 2017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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