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박문하 전 포항시의회 의장

우리에게 일상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선거는 실제 민주주의의 근간이자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제도이지만 지나간 수많은 세월 동안 역사를 후퇴시킨 문제점투성이의 정책이 채택되고 인품과 능력이 출중한 인물이 탈락하고 말았을 때 이 제도에 대해 강한 불신을 가진 적이 셀 수 없이 많았었다

그리하여 숱한 학자들은 수천 년 동안 선거보다 더 완벽한 제도를 찾고 만들어 시도해 보았지만 선거보다 더 완벽하고 최선의 방법은 없다는 결론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표를 행사하는 유권자들에게 성숙한 시민의식을 강조하며 투표참여를 독려했고 그 결과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사람과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흔들림 없는 최후의 모범 답안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행여 나 자신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인 단 한 표는 이 세상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놀랍게도 지금까지 행한 수많은 선거에서 우리가 행사했던 ‘단 한 표’ 때문에 세상의 역사가 완전히 달라진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았다는 것은 한 표의 중요성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23년 당 대표선거에서 아돌프 히틀러는 단 한 표의 차이로 나치당의 서기장에 당선된다

이후 히틀러는 세력을 키워 독일 제1당으로 만든 나치당을 등에 업고 총통이 되었으며 독일군 총사령관까지 권력을 독점하여 세계 제2차 대전을 일으키고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하고 꽃다운 세계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몰아넣었다

부질없는 역사의 가정법이지만 누군가 한 표를 히틀러에게 던지지 않았다면 세계는 어떻게 되었을지 알 수가 없다

미국의 제49번째 주인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에 매입할 때도 미국상원 표결에서 단 한 표 차이로 가결되고 있다

당시 언론은 크림 전쟁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던 대 러시아 미국협상 대표인 수어드 국무장관를 빗대어 ‘수어드의 멍청한 짓’으로 표현하면서 도대체 ‘거대한 얼음 궤짝이 미국에 왜 필요한가’라며 조롱했다고 한다

오늘날 알래스카의 국방과 어자원. 석유, 천연가스등 경제적 가치는 환산하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하니 역사상 단 한 표로 이보다 더 대박 난 장사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단 한 표가 세상을 바꾼 것은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1776년 미국은 단 한 표 차이로 독일어 대신 영어를 국어로 채택하여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가 되었고 프랑스는 한 표 차이로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바뀌게 된다

프랑스 민주주의 역사의 분수령이 된 것도 단 한 표였다

1845년에는 한 표 차이로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텍사스주가 미 합중국 영토로 편입되었고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은 한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영국 국왕 찰스1세는 의회 표결에서 한 표 차이로 가결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투표는 총알보다 강하다’고 한 링컨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상의 사례들은 단 한 표가 바꾼 세상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확인시켜 주는 동시에 아무리 큰 변화도 결코 크지 않은 에너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산을 다 태울 수 있는 힘도 가느다란 성냥개비 하나에서 시작되고 물방울 하나하나가 모여 큰 강물을 이루는 것 또한 작은 물방울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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