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감상> 벚꽃이 눈처럼 푹푹 나린다. 백석과 김영한의 사랑 이야기가 떠오른다. 벚꽃처럼 짧은 사랑이었지만, 둘은 영원을 함께 했다. 천억 원 상당의 요정 대원각 부지를 법정 스님에게 조건 없이 시주하면서 김영한은 말했다. “천억 재산이 어찌 백석의 시 한 줄에 비할 수 있으랴.” 그녀의 유골은 첫눈 오는 날 길상사에 뿌려졌다. 백석의 곁으로 영원히 갔다. 시가 아니라 사람이 남는다. 사람이 시(詩)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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