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5일까지 갤러리 전관

손일봉화백초대전(1976.05.12-17)
1971년 5월 13일 대구백화점 본점(동성로) 4층에 ‘대백갤러리’를 개관한 이후 국내·외 주요작가 작품전을 펼쳐오고 있는 대구백화점 갤러리가 개관 50주년을 맞아 ‘대구 근대미술의 역사전’이 14일부터 25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전관(12F)에서 열린다.
1971 개관기념‘제1회향토작가초대전 신문광고
‘대구 근대미술의 역사전’은 서양화 도입기 근대서양화가들을 통해 대구미술의 정체성의 정립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서동진, 박명조, 이쾌대, 이인성, 이중섭, 서진달, 황술조, 손일봉, 이복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 40여점을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특별전이다.

일제강점기 한국을 방문했던 외국화가들의 눈에 비추어진 우리의 모습들을 판화에 담은 작품 13점도 함께 소개된다. 미국 여류 판화가 릴리안 메이 밀러(Lilian May Miler), 미국 판화가 윌리 세일러(Willy Seiler), 프랑스 출신 화가 폴 자쿨레(Paul Jacoulet)의 판화 작품을 통해 우리의 근대가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용조 ‘어선’
이번 전시 주요 작가로는 일제강점기 대구를 대표했던 미술단체 ‘영과회’와 ‘향토회’에서 중추적 작가로 활동했던 서동진(1990-1970), 김용조(1916-1944), 이인성(1912-1950), 배명학(1907-1973), 최화수(1902-?), 황술조(1904-1939), 서진달(1908-1947) 등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경북 칠곡 출신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서사적 화가이며 월북화가로 유명한 이쾌대(1913-1976)와 경주 출신의 서양화가 손일봉(1907-1975), 1955년 대구 향촌동에서 생활하며 대구 전시회(대구USIS)를 가졌던 이중섭(1916-1956), 대구미공보원 초대원장을 지냈던 주경(1905-1979) 등의 작품들이 선보인다.

주요 작품으로는 대구 서양화 도입기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서동진의 수채화 작품을 통해 1920-30년대 화단의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다. 대구 근교의 다양한 풍광을 화폭에 담은 작품 ‘풍경’(1930년대, 종이에 수채, 23.0x31.0cm)은 서양화 도입기 그의 화풍을 살펴보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주최했던 조선미전 이후 해방과 함께 우리 정부가 주최했던 제1회 국전(1949)에 추천작가로 출품했던 이쾌대의 작품 ‘추과’(秋果)〉(1940년대, 캔버스에 유채, 40.0x60.0cm)는 흰 테이블 위에 다양한 과일과 꽃의 조화로운 배치를 통해 안정된 공간감을 표출해내고 있다.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화가인 이인성의 작품 ‘정물’(1944, 캔버스에 유채, 45.0x53.5cm) 역시 안정된 구도 속에 활짝 피어난 꽃들을 정성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 대구경주 출신의 서양화로 동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개성의 호수돈고등여자보통학교와 개성상업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요절한 황술조의 대표작 ‘계림풍경’(1927, 캔버스에 유채, 39.0x50.0cm) 은 그가 동경미술학교 재학시절 고향으로 돌아와 제작한 작품으로 계림의 울창한 수림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폴 자쿨레(Paul Jacoulet, 1896-1960)는 세 살 때인 1899년 아버지가 일본 도쿄외국어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일본으로 이주해, 생애 대부분을 일본에서 보냈다. 일본의 다색 목판화인 우키요에의 기법을 바탕으로 창작활동을 펼쳤고, 한국인을 소재로 한 다색목판화를 시리즈로 제작했다. 그가 목판화로 찍어낸 한국의 모습은 시대적 배경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미학적 실현을 보여준다. 자신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을 솔직하면서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다. 짧은 저고리 밑으로 드러낸 아낙, 장죽을 몰고 있는 노인, 족두리와 버섯 등은 서양의 이방인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이국적 정경이었을 것이다.

릴리안 메이 밀러 ‘노인’.
미국 여류 판화가 릴리안 메이 밀러(Lilian May Miler, 1895-1943)는 미국 외교관 맏딸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9살부터 가노 도모노부(狩野友信) 문하에서 3년간 일본화가의 필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12살부터 역사화로 유명했던 시마다 보쿠센(島田黑仙)의 지도 아래 수묵화와 일본화를 배웠고, ‘옥화(玉花)’라는 호도 받았다. 이후 미국의 바사 칼리지(Vasser College)에서 미술공부를 마친 1917년 일본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판화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20년대에는 미국영사로 근무하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우연히 경북궁 향원정을 보고 한국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뒤 한국의 금강산, 대동강 황포돗대, 한강 나루터, 혜화문, 농촌풍경, 촌부의 모습 등 민중의 삶의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고 이를 판화로 제작했다. 1929년 보스톤에서 열린 ‘서울의 릴리안 밀러’ 전시회에서 조선과 일본의 삶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 28점을 발표했다. 다수의 금강산과 풍경, 농촌 풍경을 선보였으며, ‘릴리안 밀러의 코리아 판화’라는 안내서도 제작해 국내외에 판화보급에 힘썼던 작가이다.

윌리 세일리 ‘명상’
미국 판화가 윌리 세일러(Willy Seiler, 1903-1997)는 2차 대전 종전 후 부터 20여년 일본에 거주하면서 주일미군사령부에 근무했으며, 1956년부터 1960년 6월까지 4회에 걸쳐 한국을 방문해 약 13점의 한국소재 동판화를 남겼다. 한국전쟁 후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중심으로 작품을 제작했는데 그중 재래시장의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번 ‘대구근대미술의 역사전’이방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판화로 제작한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대구 근대미술의 출발점이 되는 대구미술전람회(1923년), 영과회(零科會)(1927-29), 향토회(鄕土會)(1930-35), 조선미전(1922-1945) 관련 디지털 아카이브들도 함께 전시돼 1920-30년대 대구미술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