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77위…현재 속도면 6년 4개월이나 걸려
안정성 확인된 다른 백신확보 시급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재개된 12일 대구 서구보건소에서 보건교사가 백신을 맞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대한민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세계 77위로 하위권에 머문 가운데 현재 접종 속도를 유지할 경우 집단면역까지 6년 4개월이 걸린다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국민 대부분이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관련해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는 만큼 안전성이 확보된 다른 백신을 도입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현지 시간)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가 운영하는 비영리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은 2.2%로 접종을 진행 중인 117개 국가 중 7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접종률을 보면 세이셸이 67%로 가장 높았고, 부탄이 63%로 뒤를 이었다.

그 밖에도 이스라엘(60%), 영국(48%), 미국(35%), 헝가리(29%) 등이 상위권에 올랐다.

또 가나(2.3%), 르완다(2.8%), 방글라데시(3.5%), 인도네시아(3.7%), 스리랑카(4.3%) 등도 우리나라보다 높은 접종률을 기록했다.

접종률이 낮은 만큼 일 평균 코로나19 백신 접종 건수도 낮은 상황이다.

12일 블룸버그 통신의 백신 트래커 자료를 보면 한국은 하루 평균 3만2583회의 백신을 접종 중이다.

이는 인구가 한국(약 5200만명)의 8분의 1 수준인 싱가포르(약 589만명)가 하루 평균 4만7461회분을 접종하며, 세르비아(약 869만명)에서는 하루 10만 회분을 놓고 있는 점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적은 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이 현재의 접종 속도라면 집단면역을 달성하는데 6년 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당연히 백신 물량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국내 백신 수급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 집단면역 달성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는 6월까지 국내에 들어올 백신은 AZ 백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간헐적으로 적은 물량 입고되는 화이자를 제외하면 모더나·노바백스·얀센 백신 등은 도입 시기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은 매년 10월 한 달간 1000만명에 독감 백신 접종을 해왔다”면서 “이런 의료 역량이라면 코로나19 백신만 충분해도, 하루 30만회 정도는 가능하단 얘기”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비교적 많은 물량이 확보된 AZ 백신에서 혈전 발생 논란이 계속되며 전국민적인 거부감마저 발생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는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며, 프랑스나 독일처럼 60살 미만은 AZ와 개발 방식이 다른 백신을 맞게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혈전 발생 위험이 높은 젊은층의 경우, 백신접종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며 “최대한 화이자나 노바백스 등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해줘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전 세계적인 생산 부족과 백신 생산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수급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대다수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는 다방면의 대비책으로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바백스 백신의 국내 생산이 시작되고 상반기 백신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확보했다”며 “6월부터 완제품이 출시되고, 3분기까지 2000만 회분이 우리 국민을 위해 공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Z 백신 안전성 논란에 대해서는 “백신의 안전성 논란은 일단락됐고 전문가들 의견을 존중해 접종 방침이 결정됐다”면서 “백신은 과학이다. 국민들은 정부 방침에 따라 접종에 적극 임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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