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안경 산업 집적지도. 대경연구원 연구보고서 발췌
1946년 3월 대구 북구에 한국 최초 안경 제조공장인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가 설립되고, 이 지역에 안경산업이 둥지를 틀었다. 1960년대 정부의 경공업 지원과 수출 주도 정책에 이어 1970년대까지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의 고도경제성장으로 199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20∼30%의 가파른 수출 성장을 기록한 대구 북구의 안경산업은 세계 3대 안경 산지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영세성과 다품종 소량생산 등으로 규모의 경제(대량생산 이익) 실현은 먼 이야기다. 자체 기술개발이나 경영개선을 위한 투자 여력마저 부족한 한계에 직면했고, 결국 전국에서 차지하는 대구 안경 소공인의 비중도 점차 줄어드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대구 북구 안경 소공인 집적지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자체가 정부의 지원사업유치에 힘쓰면서 안경 소공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공기반시설·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12일 대구경북연구원이 발행한 ‘안경 제조 소공인 집적지 활성화를 위한 공동물류시설 도입 방안’에 따르면, 안경 제조 소공인이 종사하는 전국 업체 수는 724개사이다. 이 중 544개사(75.1%)이 대구에 밀집해 있다.

특히 북구 지역에 집적돼 있는 안경제조 소공인들은 공정별 전문제조업체와의 협업으로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수출 주도형 산업으로 대다수 소공인이 해외브랜드의 OEM(주문자 요구 제품·상표명으로 완제품 생산)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시장변화에 민감한 패션 아이템인 안경의 재고가 발생하면 이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영세한 업체의 한계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이 진행한 ‘대구 안경 소공인 공동기반시설 구축 1·2차 수요조사’에서도 공동기반시설 부재에 대한 업계의 어려움이 드러났다.
한국안광학진흥원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진행한 ‘대구 안경 소공인 공동기반시설 구축 수요조사’에서 공동기반시설 희망 여부에 대한 응답비율. 대경연구원 연구보고서 발췌
지난해 11월 6일부터 17일까지 이뤄진 1차 조사에는 안경 제조 소공인 201개사 중 59개사가 참여했는데, 공동창고 설치가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48.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공동전시장 설치(30.8%)와 기술교육장 조성(8.7%), 커뮤니티공간 조성(7.7%) 순이다.

공동기반시설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76.5%를 기록했다.

지난 2월 22일부터 3월 3일까지 진행된 2차 조사에서는 응답 업체 가운데 54.7%가 재고창고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들 중 75.9%는 회사 내 빈 공간에 재고를 보관하고 있다.

재고창고를 보유한 업체 중에서도 임대창고를 이용하는 비율이 절반 이상(58.3%)을 차지했다. 비용을 들여 재고를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공동기반시설 필요 여부와 이용의향에 대해서는 88.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75.5%로 집계됐다.

대경연구원 한장협 경제일자리연구실 전문위원은 수요조사 결과에 대해 안경 제조업 소공인이 공동기반시설 설치 시 수혜대상으로서 관련 사업 추진에 강한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동기반시설 설치를 통한 재고관리·물류간편화와 공용시설 이용 등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보이는 만큼, 공동기반시설의 스마트화로 ‘안경 제조 유통개선’, ‘비대면 시스템 활용’ 등 고도화 기반구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 전문위원은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역 안경 제조 소공인의 열악한 정주여건과 영세성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사업구조변화로 산업 체질개선과 대응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재고관리 능력을 끌어올리고, 향후 물류 효율화 측면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안이 스마트 공동기반 시설 도입”이라고 제언했다. 또 “북구 지역에 분포돼 있는 안경제조 소공인들을 중심으로 업체별 재고관리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조사를 실시해 공동기반시설 설치와 이에 대한 관련 사업 추진의 강한 기대감을 확인했다”며 “이 조사결과는 현재 지역 안경 제조 소공인 집적지에 공동기반시설 건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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