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 연장 골목상권 힘겨운 발맞춤 "코로나19 예방 효과 의문"
QR체크인 등 방역수칙 꺼리는 손님에 진땀…영세 자영업 고통

대구 중구 동성로 술집 앞에 시민이 길게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경북일보DB

“거리두기를 연장해서 달라진 게 뭐가 있나요. 서서히 말라 죽으라는 것 아닙니까”

포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 초부터 ‘열심히 마스크를 쓰고 참으면 내년에는 달라지겠지’라는 생각 하나로 1년여를 버텼지만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반토막 난 손님 수는 여전히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코로나19 확산은 1차·2차·3차를 지나 ‘4차 대유행’을 앞두고 있다는 뉴스만 나온다.

올 초까지만 해도 방역 관계자들은 전 국민이 맞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부족하다. 특정 백신을 맞으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와 같은 불안한 소식을 계속해서 접하다 보니 그나마 갖고 있던 희망도 점차 사그라지고 있다.

A씨는 “국민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정부의 호소에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하는 것 같다. 모든 자영업자가 문을 닫고 길거리에 나 앉게 되면 변화가 생기려나 싶다”고 한탄했다. 이어 “벌써 몇 번째 거리두기 연장인지 셀 수조차 없다. 실질적인 방역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이 연장에 연장을 반복하면서 경북 지역민들의 피로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9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3주간 유지·연장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5일 0시부터 시작된 거리두기 단계는 약 2달째 이어져 오고 있으며,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총 10번이나 연장됐다.

문제는 거리두기 연장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산세가 계단식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조치를 연장해도 줄어들지 않는 확산 규모에 경북지역민들은 지쳐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예방 및 관리를 위한 발열 체크, 명부 작성 필요성 등에 겉으로는 동의했지만 속으로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구미시 송정동의 한 식당 주인은 “방역지침 강화로 모든 손님의 명부를 다 작성해야 하지만 그걸 일일이 다 확인하고 있지는 못하는 것 아니냐”며 “어떨 때는 과연 이게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는지 의문조차 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들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쳐가고 있다.

구미시 인동에 위치한 회사에 재직 중인 B씨는 “처음에는 재택근무가 생소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지만 이제 다들 지쳐가는 모습”이라며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점심 해결이 어렵고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는 있지만, 예전 회사 출근할 때보다 업무능률이 오르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거리두기 연장 조치 등으로 질질 끌어 확산세도 못 잡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까지 죽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들은 큰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강력한 방역 조치를 단시간에 강행해 확산세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영천의 한 초등학생은 “점심시간에 1∼2개 반씩 나눠 식당을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너무 크다”며 “친구들과 마음 놓고 놀지도 못한다.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사 C씨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거리두기를 교육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제는 학생들에게 짜증 묻은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대남병원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청도지역은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으나 경제활동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코로나19 이후 청도지역 670개 업소 중 70여 곳은 현재 문을 닫았고, 나머지 업소 또한 거리두기와 집합금지로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청도군지부 관계자는 “방역수칙을 지키기 위해 QR코드나 명부작성 등을 꺼리는 고객들과 실랑이를 하는경우가 많다”며 “방역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최근 식당가는 5인 이상 집합 금지 등으로 인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3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542명이다. 전날에 이어 500명대를 유지 중이다.

신규 확진자 528명 가운데 335명(서울 156명·경기 163명·인천 16명)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 39명, 울산 32명, 전북 25명, 경남 15명, 충남 14명, 대전 13명, 강원 12명, 경북 10명, 대구·광주 각 9명, 충북 7명, 전남 6명, 세종 2명이 발생했다. 국외 유입 확진자 14명 가운데 5명은 검역 단계에서, 9명은 지역사회 격리 중에 확진됐다. 내국인은 7명, 외국인은 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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