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정극원 대구대 법학부 교수·전 한국헌법학회장

헝클어진 난제를 해결하는 비유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 아리아드네의 실입니다. 크레타 섬의 동굴에는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갇혀 있었습니다. 미노타우로스는 반은 인간 반은 황소인 반인반우였습니다. 아테네는 미노타우로스에게 해마다 7명의 소년소녀들을 제물로 바쳐야 했습니다. 이를 무찌르겠다고 아테네의 왕자 테세우스가 자진하여 나섰습니다. 그 동굴은 한번 들어가면 다시 되돌아오지 못하는 미로여서 아무도 나서지 않는 목숨을 건 결단이었습니다. 테세우스가 제물로 바쳐진 소년소녀들 틈에 끼어 동굴로 가려는데, 크레타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 공주가 찾아와 실타래를 갖고 가게 합니다. 동굴의 입구에서 실을 풀어서 되돌아올 때 길을 찾아오도록 일러준 대로 테세우스가 괴물을 무찌르는 데 성공하고 그 실을 따라 살아 돌아왔습니다. 실이 없었다면 괴물을 무찔렀다 해도 미궁을 탈출하지 못했을 겁니다. 세상을 혼란케 하는 숱한 난제를 풀기 위하여 아리아드네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지도자란 위기의 순간에 자청하여 목숨을 건 테세우스 왕자를 본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자세로 임한다면 미궁에 빠진 세상의 그 어떤 난제들도 다 풀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로마신화에 의하면 아리아드네는 후에 리베라는 풍요의 여신이 되어 숭배되었고 합니다.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 장군은 645년 지금 경남 거창의 매포리성을 공격한 백제군을 무찌르고서 개선장군이 되어 백성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금성(경주)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집 앞에 당도하였는데, 다시 백제가 침공했다는 급보를 받게 됩니다. 급보를 받은 김유신은 집 안에 들르지도 않고서 다시 병기를 손질하고서 먼 길의 출정에 나서게 됩니다. 김유신의 집에는 우물 ‘재매정’이 있었는데, 부하를 시켜 우물에 물을 길어오게 하였습니다. 그 물을 마신 후 ‘우리 집 물은 여전히 예전 그대로구나’라고 하고 출정에 나서자, 이에 군사들은 대장군도 집에 들르지도 않고서 출정을 하는데 ‘하물며 우리 같은 군사들이 가족과 떨어짐을 괴로워할 것인가’라면서 의기충천하였다고 합니다. 그런 군대를 만들었고 가졌기에 김유신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게 된 것입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대재앙이 일상화가 되었습니다. 재앙의 장기화는 일상의 회복을 더욱 더디게 합니다. 우리가 검역을 자랑하고 있었을 때, 서구의 국가들은 발 빠르게 백신의 개발, 확보 및 접종을 시작하여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일상의 회복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8일 세계 최초의 백신접종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1호 접종이 있었습니다. 의사 김윤태 원장(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었습니다. 한 달 가량 뒤 3월 23일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도 백신을 맞았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국민들보다 앞서 팔을 걷어 붙이고 백신을 맞은 것에 비하면 아주 늦었습니다. 각국의 정상들이 백신을 먼저 맞은 이유는 국민들에게 그 위험성을 불식시키기 위한 솔선수범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맞은 이유는 6월 11일부터 영국에서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무찌르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서 자진하여 미궁 속으로 뛰어든 테세우스 왕자였습니다. 승전의 금의환향에도 집에 들르지도 않고 대문 앞에서 곧바로 전장으로 떠난 김유신 장군이었습니다.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지도자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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