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해마다 봄이면 벚나무들이
이 땅의 실업률을 잠시
낮추어줍니다

꽃에도 생계형으로 피는
꽃이 있어서
배곯는 소리를 잊지 못해 피어나는
꽃들이 있어서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이
벚나무 아래 노점을 차렸습니다
솜사탕 번데기 뻥튀기
벼라별 것들을 트럭에 다 옮겨싣고
여의도광장까지 하얗게 치밀어오르는 꽃들,

보다 못해 벚나무들이 나선 것입니다
벚나무들이 전국 체인망을 가동시킨 것입니다


<감상> ‘봄’ 하면 ‘벚꽃’이 떠오르고, ‘벚꽃’ 하면 경주 ‘보문단지’가 떠오른다. 보문호 주변에 벚꽃이 흐드러지면 그야말로 장관이다. 서울은 여의도광장이 그런가 보다. 전국의 벚나무들이 “겨우내 직업소개소를 찾아다니던 사람들”을 위해 “전국 체인망”을 가동했다는 훈훈한 상상에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가동시켰다”가 아니라 “가동했다”가 맞다. 그나저나, 벚꽃은 지고,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세등등한데, 우리는 무엇을 가동해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것인가. 어떻게 실업률을 낮출 것인가. <시인 김현욱>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