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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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나 ‘근로자’, ‘노동절’과 ‘근로자의 날’은 법적으로나 사전적으로 별 차이가 없지만 역사적 의미로 보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국노총이 노총 설립일인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정했고, 민주노총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5월 1일을 ‘노동절’로 정해 매년 행사를 열고 있다.

‘근로자’는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다. 헌법에도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 하는 사람’을 ‘근로자’로 정의했다. ‘근로’라는 용어는 왠지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한다’는 수동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이런 뜻으로 사용된 대표적인 사례가 일제 강점기 우리 국민을 강제노역에 동원했던 ‘근로봉사대’나 ‘근로정신대’다.

국제적으로나 법률 용어로는 ‘근로자’ 보다 ‘노동자’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로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이고, ‘고용근로부’가 아닌 ‘고용노동부’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근로자’는 ‘고용된 사람’이고,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이다. 영문으로도 명확히 구분된다. ‘근로’는 ‘Work’(부지런히 일하는 사람), ‘노동’은 ‘Labor’(일을 통해 생산하는 사람)다. ‘근로자’는 주체성이 없고, ‘노동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갖는 주체적인 생산자다.

지난 12일 구미시의회에서 ‘근로냐’, ‘노동이냐’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구미시가 시의회에 낸 조직개편안 가운데 ‘경제노동국’이라는 부서명을 두고 벌인 논란이었다. 한 의원은 “‘막노동’이란 말이 있듯이 보통 힘든 일을 할 때 ‘노동’이라 한다. ‘노동’보다 어감이 부드러운 ‘근로’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신성한 노동이란 단어를 국명에 넣으면 구미가 노동친화 도시로 인식될 것”이라 주장했다.

법률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노동’이란 단어가 들어간 ‘경제노동국’이 더 시대에 맞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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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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