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도울 김용옥 ‘동경대전’ 역주 출간
철학자 도울 김용옥 ‘동경대전’ 역주 출간
  • 곽성일 기자
  • 승인 2021년 04월 15일 17시 40분
  • 지면게재일 2021년 04월 16일 금요일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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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울 김용옥 동경대전2 표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탁월한 사상체계로 평가받고 있는 동학의 발상지는 경북 경주이다.

동학의 창시자 수운 최제우와 제2대 교주 해월 최시형은 경주에서 출생했다.

동학은 양반사회의 유교가 국가 이념이었던 조선 말기에 사람이 곧 우주 ‘인내천’이라는 가히 혁명적인 사상을 펼쳤다.

양반과 평민으로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는 유교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우주라는 평등사상을 주창해 평민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동학의 발상지 경주시 현곡면 용담정에는 동학사상을 듣기 위해 인파가 구름같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동학이 급격히 대중화되기 시작하자, 위협을 느낀 조정과 양반세력들이 박해했다.

동학은 감시와 추적의 눈을 피해 세를 넓혀 가면서 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견고한 사상체계를 갖춘 동학의 이념을 해설한 책이 출간돼 관심을 끌고 있다.

동경대전(東經大全)은 천도교(동학)의 창시자 수운(水雲) 최제우(1824∼1864)가 남긴 글들을 제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1827∼1898)이 간행한 경전이다.

동학의 진리를 알리는 ‘포덕문’, 운수와 천도의 이치를 설명한 ‘논학문’, 덕을 닦는 데 힘쓸 것을 당부하는 ‘수덕문’, 천도의 인식론적 근거를 밝힌 ‘불연기연’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최제우는 동학을 창시하고 그 사상을 실천하는 삶을 살았는데, 동경대전에는 동학의 사상을 전달하는 문장은 물론 수운의 시문, 편지 등이 포함돼 있다.

철학자 도울 김용옥이 ‘동경대전’ 1·2(통나무)를 최근 출간했다. 1권에는 동학과 수운의 생애에 관한 해설, 2권에는 동경대전 초판본 완역과 주석이 실려 있다.

도올은 “동학이야말로 인간의 잘못된 생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명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탁월한 사상체계”라고 말한다.

전작 ‘노자가 옳았다’에서 성장주의에 빠져 있는 현 문명의 시급한 방향 전환을 촉구했던 그는 이 책에서 “동학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우리 민족의 고유정신이 짙게 배어있는 사상”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수운에 대한 전기인 ‘대선생주무집’, 수운이 저술한 ‘동경대전’에 대한 번역과 해설로 구성돼 있다. 즉, 수운은 누구이고, 동학은 무엇인지 상세히 서술한다.

책에 따르면 동학은 우리 역사에 스며 있는 인문주의와 민본주의 정신에 의해 탄생한 실천적인 철학이었다. 동학에 참여한 사람들이 동학을 ‘믿는다’고 하지 않고 ‘동학한다’라고 말한 데서 동학이 실천을 지향한 배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운은 조선의 쇠락과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 시기에 동학을 통해 우리 민중에게 새로운 각성과 삶의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즉, 세상을 다시 개벽하자고 했다.

‘동경대전’ 1권의 핵심은 수운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제2장 ‘대선생주문집’(큰선생님 문집)이다. 수운의 생애에 대한 아주 담백한 기록이지만 수운의 인격과 학문적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책에 따르면 수운은 주위 사람에게 도덕적 감화를 주는 고매한 인격과 이지적 학자의 풍모, 무한한 영적 힘이 뿜어나오지만, 상식적이고 담백한 인물이었으며, 호쾌한 무인의 기질을 갖고 있었다.

제3장 ‘조선사상사대관’도 주목할 부분이다. 도올은 서양 근대성의 개념을 우리 역사에 무리하게 적용하지 말자면서, 우리 민족 고유의 민본 원리인 ‘플레타르키아’(pletharchia)란 새로운 개념을 고안해 우리 사상사를 정리한다.

이밖에 수운의 삶을 개괄하고, ‘동경대전’의 출판과정과 현존 판본에 관한 이야기, 수운이 지은 한글가사 8편을 묶은 ‘용담유사’에 관해 다룬다. 마지막에는 동경대전 판본 5개를 원형 그대로 실었다.

‘동경대전’ 2권은 초판본에 대한 완역이자 주석서다. 도올은 심혈을 기울여 번역하고 해설해 수운 사상의 본모습과 사유의 깊이를 상세하게 서술한다.

도올은 동경대전이 우리 민족 최초의 성경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인에 의한, 한국인을 위한 독자적인 경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하느님은 서양에서 건너온 것이 아니라 조선인에게 내재해있었던 상징체계였다면서 “수운이 말하는 하느님은 초월적으로 따로 있는 존재자가 아니라 나의 몸 전체가 바로 하느님”이라고 주장한다.

2권에는 동학의 배경이 되는 1779년 조선 남인계 사대부가 ‘천주실의’를 강독하는 서학(西學) 세미나부터 동학의 탄생과 조직을 거쳐 올해 3월 16일 제주지방법원의 ‘제주 4·3 수형인 335명 재심 무죄선고’에 이르는 ‘동학연표’가 실려 있다.

도올은 “동학혁명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면서 “30만 명의 희생을 통해 형성된 동학혁명의 에너지는 우리 민족의 앞길을 개척하는 영원한 정의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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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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