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까지 본관·별관

Pars pro toto 포스터.
경북 영천 시안미술관에서 올해 첫 전시로 ‘Pars Pro Toto/以偏例全’ 전을 14일부터 6월 27일 시안미술관 본관, 별관 전시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Pars Pro Toto/以偏例全’은 전체(全體)를 대표하는 일부(一部), 혹은 부분을 비추어 전체를 안다는 뜻의 라틴어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적 중진으로 자리 잡아가는 김영헌ㆍ김진ㆍ김현식ㆍ박종규ㆍ서민정ㆍ전경표의 작품 세계로 한국 현대미술이 나아가는 향방을 미리 바라보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전시회이다.
시안미술관 Pars pro toto 전
시안미술관 김현민 학예연구실장의 주도 아래 기획된 이번 전시는 3개의 전시장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단상을 비춰준다. 어떠한 목적이나 방향성을 상실한 채, 다원주의적 예술의 자율성을 보장받으며, 예술가들은 주의나 이념에서 탈피해 자기만의 세계에 대한 관점을 다양한 매체와 실험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주목한 것은 작가들의 새로운 실험적 담론들이다. 그리고 참신한 담론들이 제시한 예술적 외피들이다. 이 작가들은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는 중진 작가들이다.

박종규 작가는 시안미술관, 대구미술관, 홍콩아트바젤, 뉴욕 아모리쇼에서의 개인전으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뉴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작가는 영상ㆍ설치ㆍ조각ㆍ회화 등 각 장르를 넘나들며 각종 미디어의 속성을 탐구한다. 특히 ‘노이즈’라는 현상에 주목한다. 노이즈는 정확한 정보 수용을 방해하는 장애물(ob-iectum)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장애물을 넘을 때 진전(progress)이 이뤄진다.
시안미술관 Pars pro toto 전
김영헌 작가는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민초적인 혁필화(革筆畵, Rainbow Painting)의 기법으로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엘리트적인 전자 자기장의(electronic) 세계를 그린다. 물결이나 파장을 연상시키는 선들은 부분적 섹션을 이루고 수많은 부분 섹션들은 전체의 그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르네 마그리트의 유명한 그림 제목이다. 김진 작가는 핑크색의 정물화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작가의 발언이다. 김진 작가는 물신숭배, 인간소외, 환경의 변이 등에 대한 우려를 환상적인 핑크 회화로 대조시켜 우리 시대의 불온한 분위기를 극화시킨다.

김현식 작가는 나무 프레임에 레진을 부어 오랫동안 단단히 굳힌 후 송곳으로 수많은 수직선을 그어 병치시킨다. 작가는 반복적인 육체의 수행과 시간의 흐름을 하나의 화면에 영속적으로 보존시킨다. 유한한 인간의 노동은 빛이라는 영구한 신성과 하나가 되어 그 숭고한 가치를 상기시킨다. 김현식 작가의 새로운 회화 방법론은 뉴욕과 브뤼셀, 런던, 파리 등 유럽의 주요 미술관에서 지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서민정 작가는 유럽과 아시아 등지의 비엔날레와 미술관에서 초대받아온 대표적인 영상설치미술가이다. ‘유물(The Remains)’과 ‘순간의 총체들’의 영상과 설치미술 연작으로 순간과 영속, 창조와 파괴,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 변화와 불변이 서로 둘이 아님을 강력하게 역설해왔다.

전경표 작가는 입방체 스티로폼의 예리한 각을 완만하게 깎아서 거푸집을 만들고 다시 주조한 조각을 발표해왔다. 단독으로 설치되거나 두세 개가 집단으로 설치되어 무겁고 외로운 존재감을 발산시킨다.

이번 전시회는 시안미술관의 상반기 기획전시의 포문을 여는 전시회로 한국 현대미술의 중추를 이루는 50대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면서, 현대미술의 의제들, 가령 새로운 실험 회화, 예술이 묻는 철학의 문제들, 현대미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시안미술관 변희숙 관장은 “활발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진 작가들을 면밀하게 바라보아야 10년 후 우리 미술의 지형도를 예상할 수 있다. 부분으로 전체를 바라본다는 논리는 다소 과장돼 보이지만, 꽃 한 송이에서 대자연이라는 전체를 느낄 수 있듯이 이번 전시회의 다채로운 작품세계 속에서 우리 미술의 다가올 좋은 내일을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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