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위험도 감소" vs "현실 모르는 엉터리 정책"

전국 도로의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이 시행 이틀째인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사거리에 안전속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
17일부터 시행된 차량 도로주행 속도를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에 시·도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안전사고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긍정평가와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상충 되고 있다.

경찰청은 이날부터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시부 일반도로의 최고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하고, 보호구역과 주택가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을 전면 시행했다.

안동에 사는 김모 (55) 씨는 “속도제한에 따른 주행이 감소 되면 사고가 나더라도 부상의 위험이 줄어들 것”이라며 “보행자의 처지에서 훨씬 안전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예천에서 택시 영업을 하는 장시국(50)씨는 “아직 홍보가 부족한 것 같고 익숙한 주행에서 속도를 줄이려고 하니 답답하고 좀 있긴 하지만 운행 속도가 느려지다 보니 교통사고는 줄어들 전망이다”고 했다.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최모씨(42)는 출퇴근길 앞산순환도로와 신천대로를 주로 이용한다. 자동차 전용도로로 제한 속도에 변화가 없어 안전속도 변화에 둔감했다. 최 씨는 “집 앞 도로는 아파트 밀집 지역이고 스쿨존도 많아 어차피 속도를 낼 수 없는 환경”이라며 “출퇴근 시간은 아무래도 차가 밀려 제한 속도 변화를 느낄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구지역 운전자 역시 오후 8시 이후부터 새벽 시간대는 몰라도 나머지 시간대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운전자는 “낮 에도 밀리는 구간이 적지 않다”며 “코로나19로 밤늦게까지 밖에 있는 경우도 거의 없어 둔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반면 제한 속도가 지나치게 낮게 설정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영주에 사는 황병렬 (51) 씨는 “편도 4차선 도로에서 시속 50㎞로 달리라는 것은 자원 낭비”라며 “도로 구간 특성 상과 여건 등을 고려한 속도제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 A 씨는 “차량이 별로 없는 시간대에도 제한속도에 따라 천천히 가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며 “그런 예외적인 경우는 따로 빼서 제한 속도를 시속 60km로 하는 등 융통성을 발휘해도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제한 속도가 무의미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18일 예천군 호명면 신도시 도로 곳곳에서는 빠르게 달리던 차들이 감시카메라 앞에서만 잠시 속도를 줄였다가 통과 후 다시 속도를 올려 주행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예천 호명면에 사는 정차모(68)씨는 “제한 속도를 낮추든 말든 과속을 할 사람은 결국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 20년의 택시기사 이모(63)도 “사고 다발지역 등 구역별로 설정해 운영해야 효과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벌써부터 바쁜 손님들의 원성이 줄을 잇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경북 북부지역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속도 제한으로 영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택시기사 임산덕 (50) 씨는 “택시를 타는 손님들은 목적지까지 빠르게 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제한 속도 시속 50㎞가 말이 되느냐”며 “현실을 모르는 아마추어 같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택시기사 박모(64·안동시)씨 역시 “속도 제한으로 차량 운행 속도가 느려지면 기사에게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표출하는 승객이 많아질 것”이라며 “정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답답한 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자동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일부 내비게이션 이용객들의 불만이 컸다.

구미에 사는 B 씨는 “아무 생각 없이 60km 이하로 과속카메라를 지나가다 문득 5030 시행이 떠올라 갑자기 속도계를 봤다”며 “아직 제가 타는 차 내비게이션은 시속 60km 제한 구역으로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SNS에는 내비게이션 업데이트와 관련된 불만 글이 많이 게시되고 있었다.

이들은 “네비만 믿고 도로주행 하시는 분들은 업데이트가 필수”라며 “과속카메라가 있으면 일단 천천히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안전속도 5030 정책도 만 13세 이상 탈 수 있게 하다가 다시 만 16세 이상 운전면허증 소지자 탑승으로 정책을 바꾼 전동 킥보드처럼 다시 바뀌는 것 아니냐”며 “이럴 바에는 차라니 전동 킥보드 타고 다니겠다”고 정부 정책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새로운 정책 보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는 시민도 있다.

포항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강모(36)씨는 “사고 위험을 전반적으로 낮추기에 5030 정책이 기본적으로는 맞다”며 “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속도제한을 다소 풀고 대신 법규 위반 시 과태료와 벌점을 높이는 것이 더 나을 것으로 본다. 요즘 운전자의 트렌드가 크고 성능이 좋은 차를 선호하기에 법규 하에 운전자의 취향을 고려하는 소통정책이 더욱 체감도가 높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제한속도 하향으로 운전자는 다소 불편할 수 있겠지만, 교통사고 사상자 감소를 위해 안전 속도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행정사회부 종합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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