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아직도 웬만한 전쟁에서 목숨을 잃는 사람의 수와 맞먹을 정도로 많다.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발표한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추계를 보면 10년 전인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53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8년 간의 베트남전 참전에서 목숨을 잃은 국군 사망자 수 5099명 보다 더 많은 수다.

이후 해마다 꾸준히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한해에 3000명이 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6년 4292명, 2017년 4185명으로 4000명을 넘던 것이 2018년 3781명으로 3000명 대로 줄기 시작했다. 이어서 2019년에는 3349명, 2020년 3079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911테러로 죽은 사람의 수와 맞먹는 3000여 명이나 된다.

우리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같은 심각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북과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17일부터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시행에 들어갔다. 보행자 통행이 많은 도심 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일부 구간 60㎞), 주택가나 어린이보호구역 등 이면도로는 30㎞로 제한하는 정책이다.

시행 이후 시민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속도 제한으로 교통 정체는 물론 심리적으로 답답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비교적 교통 흐름도 좋았고, 마음도 편안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학교에 아이들을 걸어서 등교 시키고 있는 학부모들도 교통사고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는 반응이다.

일부 시민들의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편도 4차선 도로에서 시속 50㎞로 달리는 것은 불합리한 낭비라는 주장이었다. 또 택시 운전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기사들도 일률적인 제한속도 규정으로 생계에 타격을 입고 있다며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엄격한 제한속도 규제로 주로 생계가 어려운 서민들이 과태료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범운영 도시 13곳의 효과 분석에서 차량 통행 속도가 3% 주는데 비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9%나 감소하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안전속도 5030’을 잘 지켜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는 표어처럼 ‘안전속도 5030’은 운전자와 보행자를 위한 든든한 안전벨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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