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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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우 무렵 산에 갔다가
고로쇠나무에 상처를 내고
피를 받아내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도
무엇이 모자라서 사람들은
나무의 몸에까지 손을 집어 넣는지,
능욕 같은 그 무엇이
몸을 뚫고 들어 와
자신을 받아내는 동안
알몸에 크고 작은 물통을 차고
하늘을 우러르고 있는 그가
내게는 우주의 성자처럼 보였다


<감상> 곡우(穀雨)는 24절기 중 여섯 번째 절기를 가리킨다.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다. 봄비(雨)가 내려서 온갖 곡식(穀)을 윤택하게 한다는 뜻이다. 곡우에 모든 곡물이 잠을 깬다고 한다. 이 무렵,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마련한다. “그렇게 많은 것을 가지고도/ 무엇이 모자라서” 인간은 투기(投機)와 능욕(陵辱)의 문어발 호스를 중환자처럼 달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게는 정직하고 성실한 ‘농부’가 우주의 성자처럼 보인다. ‘녹색’이 우주 최고의 문명이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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