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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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동물 학대에 대해서는 민감하다. 하지만 나무 학대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하다. 지난해 포항 이동어린이공원에 심어져 있던 수십 년 된 스트로브잣나무 30여 그루가 베어져 나갔다. 그 전해의 무자비한 가지치기로 말라 죽었기 때문이다.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는 시기도 생장활동이 왕성한 여름에 하는 바람에 잘린 나무가 가을과 겨울 내내 시름시름 앓다가 말라 죽었다. 그러고도 보식(補植)도 하지 않았다.

지난해 초가을에는 죽도파출소 뒤편 포항 양학복개천 도로변 가로수가 앙상한 ‘닭발 가로수’로 변했다. 막 단풍이 들려는 대왕참나무 가로수의 가지를 굵은 가지만 남기고 깡그리 잘라냈다. 가로수에 단풍이 들면 운치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감이 컸을 것이다.

이런 사정은 포항에서만이 아니다. 차를 몰고 다니다 보면 전국 곳곳에 몸통만 남은 채 마구잡이로 잘려나간 가로수 행렬을 흔히 볼 수 있다. 며칠 전 서울시의 과도한 가로수 전정에 대한 한 TV 고발 뉴스에서 현장 책임자가 한 말이 가관이었다. “예산에 맞춰 이렇게 밖에 자를 수 없다”고 했다. 정원수처럼 섬세하게 가로수를 전정하려면 돈을 더 내라는 투였다.

가로수가 잘려 나가는 이유도 가지가지다. 간판을 가려서, 전선에 쓸릴 위험이 있어서, 떨어지는 잎이 배수관을 덮어서 등이다. 최근 포항에서 시내 가로수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가로수들이 막 새잎이 돋아 싱그러운 신록의 이파리들을 뽐내는 계절이다. 한참 뿌리에서 물을 끌어 올려 새잎을 만드는 계절에 마구잡이로 ‘닭발 가로수’로 만들고 있다. 오며 가며 여름과 가을 내내 시름시름 앓을 가로수를 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편찮을 듯하다. 녹색생태도시 조성을 위해 10년(2017∼2026)을 두고 ‘2000만 그루 생명의 나무심기 운동’을 펼친다는 포항시의 가로수 관리가 이 모양이다. 국가적으로 ‘식물 학대 방지법’이라도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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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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