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인 목적 잃고 기관단체장 등 '홍보 수단' 전락
상업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까지 등장해 자정 목소리

공연팀이 리허설을 마치고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경북일보DB
“저출산 극복해요. 어린이 교통안전 우리가 지켜요”

최근 SNS 상에는 공직자·연예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올린 ‘릴레이 챌린지’ 참여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공직자 사이에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료진에 감사를 표하는 ‘#덕분에 챌린지’를 기점으로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사진 속에는 공공기관장 또는 지자체장들이 홍보하고 싶은 주제와 관련한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이후 챌린지에 참여할 다음 주자 3명을 지목하고 지목된 사람들은 각자 3명의 또 다른 주자를 지목하면서 챌린지를 이어가는 방식이다.

주제는 플라스틱 줄이기부터 교통안전 캠페인, 저출생 극복까지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ASL) 환자를 돕기 위한 릴레이 기부 캠페인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를 계기로 챌린지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이른바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색 경화증 환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한 사람이 머리에 얼음물을 뒤집어쓴 후 챌린지를 이어갈 세 사람을 지목하면 된다. 당시 SNS를 중심으로 연예인과 사회 각층 유명 인사, 정치인, 시민들까지 아이스버킷 챌린지 돌풍이 불었다. 단순히 챌린지 참여에만 그치지 않고 기부로 이어지며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각종 챌린지가 난립하면서 일각에서는 초기 취지와는 달리 본래 의미를 잃고 기관·단체장이나 지역 유력인사의 얼굴 알리기에 그치는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 시민 윤모(28)씨는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공직자들이 어떤 챌린지에 동참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온다”면서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 사람이 무슨 목적으로 왜 챌린지에 동참했는지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동”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챌린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양부모의 아동학대로 사망한 16개월 입양아 정인이의 사연이 알려지며 시민들은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 물결을 만들었다.

당시 한 업체가 SNS를 통해 ‘정인아 미안해’라는 문구가 적힌 휴대폰 케이스·티셔츠·가방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판매 업체 측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제품을 만들었다’고 밝혔으나 누리꾼들은 ‘추모가 목적이 맞느냐. 희생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쓰지 말라’며 비판했고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결국 판매자는 ‘단순히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려는 목적에서 제품을 제작했는데 많은 분의 질타를 통해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됐다’고 해명한 뒤 문제의 게시글을 삭제했다.

그 밖에도 몇몇 식당 등에서 가게 홍보용 게시글에 ‘#정인아 미안해’를 첨부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단순한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지적도 잇따른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직사회 내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챌린지가 퍼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단순한 홍보를 위한 무분별한 참여는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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