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김종한 수필가·전 상주문화회관장

밀레의 그림 만종(晩種). 해 지는 저녁 들판에서 교회 종소리에 기도하는 젊은 농민 부부의 모습을 그렸다. 내 집 거실 벽에 조각이 새겨있어 매일 본다. 찬란한 태양이 넘어가는 석양에 곱게 물든 붉은 저녁노을 형제님이 파종하다 남은 씨 바구니를 들고 자매님이 가지런히 두 손 모아 마주 보며 하루 일과 감사 기도하는 모습 아름답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로나 세상’ ‘법과 전통, 관습이 무너진 멈춤 코로나 악몽’ 일상 회복의 애절한 기도 절실하다.

종교를 가진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사람이면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은은한 종소리까지 들리면 몸과 마음은 물론 영혼까지 경건해진다. 근대화 시절에는 성당과 교회에서 종을 쳤다. 절에도 타종했다. 직지사가 있는 김천에 살 때는 에밀레종 타종 시가행렬 지금도 짠하다. 선녀들이 탄 대종마차 천사들의 종소리 행진 아직도 아득히 들려 가슴이 벅차다.

코로나 세상 이전에는 아내와 함께 오후만 되면 남산동 성모 당에 신발 바닥이 달도록 열불 나게 다녔다. 지난해부터는 마스크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엄수로 매일 성모당 출근 안 한 지가 1년이 넘어 마음 영혼 고프다. 기도하고 걷는 두 마리 토끼 만나러 가는 성모당 매일 가고파다. 공기로도 감염된다니 언제 매일 갈 수 있는 그런 날 손발 모아 기도 또 기도다.

코로나로 집에 갇혀 조각된 그림 만종을 바로 보니 은은한 종소리가 환청으로 울린다. 비대면 성모당을 그리며 ‘오늘은 나’ ‘내일은 너’ 성직자 묘역에 들리는 저녁 6시 종소리가 귓전에 울린다. 근처 주교자 성당 계산성당 종소리다. 두 손 잡고 눈을 감고 묵상에 빠져본다. 육신은 따로이지만 영혼은 거룩한 성직자 묘역 한 몸.

두 해 가까이 세계인이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는 피눈물의 전쟁이다. 어깨동무하고 오순도순 아기자기하게 속삭이든 일상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모두 눈만 멀뚱 시선도 피하고 말도 안 썩고 거리도 두는 엉성한 분위기 정말 썰렁하다. 사회적 동물 인간 맞나?

기저질환 노인이 코로나 감염되면 생사(生死) 장담 못 한다. 겁나고 무섭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감염자가 수천만 명에 달하고 하늘나라로 수백만 명이 잡혀가니 코로나 퇴치에 각국에서는 백신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방역과 접종에 사활을 다 한다.

초대 건국 이승만 대통령 ‘뭉치면 살고 헤어지면 죽는다’는 말 한국전쟁 혼신의 구국으로 뭉쳐서 나라를 구했다. 조국 근대화 성공신화 새마을운동 전 국민이 돌돌 뭉쳐 무역대국 성공했다. 코로나 일상은 ‘뭉치면 죽고 헤어지면 산다’는 해괴망측한 유행어 판친다. 조상제사며 집안 어른 안 뵌 지도 관행 파괴로 불효자 천지다. 살다 보니 인생사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로나 세상” 산다.

세월없는 코로나19와 전쟁 이제 백신 접종과 기도로 종식하자. 우리나라도 전국에 코로나 감염자가 하루에 수백 명, 대구경북에도 수십 명으로 줄지 않아 애간장 녹인다. 손 씻고 마스크 끼고 사회적 거리 두고 성모님 만나러 오늘도 성모당 가고 못 가면 비대면 기도다. 백신 접종하고 집단면역 생겨 코로나 퇴치하자. 코에 걸면 코걸이 코로나 괴상한 세상. 기도하는 밀레 거룩한 만종(晩種) 이별의 종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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