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확보량 국내 인구 1.9배…필요 물량 적기 공급이 관건

지난 3월 대구시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화이자 백신을 주사기에 소분 조제하고 있다. 박영제기자 yj56@kyongbuk.com
정부가 ‘화이자’ 백신 2000만 명분을 추가 계약하면서 백신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3차 접종 물량까지는 확보해 ‘백신 부족’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2분기부터 차례로 들여오기로 한 모더나 등의 백신이 아직 초도 물량 도입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은 사례도 있어서다.

24일 범부처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에 따르면 정부는 화이자 측과 코로나19 백신 4000만 회분(2000만 명분)을 추가로 구매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총 1억9200만 회, 즉 9900만 명 분량으로 늘어나게 됐다.

제약사별로는 화이자가 3300만 명분으로 가장 많고 모더나와 노바백스 각 2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이다. 백신 공동구매 국제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도 총 1000만 명분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전체 물량 자체만 놓고 보면 우리 국민 5200만 명의 1.9배에 달하는 양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한 접종자 목표치인 3600만 명과 비교해도 약 2.75배에 이른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계약된 백신이 접종 계획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 충분히 들어오는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이날 추가 계약한 물량을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들여올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특별전담팀은 “화이자 백신은 현재까지 175만 회 분이 공급됐고 이를 포함해 6월 말까지 700만 회분이 공급될 예정이다”며 “3분기부터는 5900만 회분이 순차적으로 공급될 계획”이라고만 안내했다. 화이자 백신은 이달 매주 12만5000명 분씩 차례로 들어왔지만 다음 달은 어떻게 될지 확인된 게 없다.

또 전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접종 후 ‘희귀혈전증’ 부작용 논란까지 번지면서 각국의 관심이 화이자와 모더나 등에 쏠리는 점도 우려된다.

유럽연합(EU)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최근 화이자 측과 2021~2023년에 백신 18억 회분을 공급받는 새로운 계약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캐나다는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3500만 회분과 3000만 회분의 3차 접종을 고려한 백신을 받기로 계약했으며 최대 1억2000만 회 분량의 백신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는 옵션 계약도 맺은 상태다.

계약에 따라 화이자 측이 생산·공급량을 대폭 늘린다고 해도 돌발 변수는 많다. 예를 들어 백신의 원재료 확보나 생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면 공급 일정이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계약 순서에 따라 우리나라 공급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정부는 계약 특성상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공급일정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덕철 특별전담팀장 겸 복지부 장관은 “화이자 백신은 공급 일정에 따라 주기적으로 일정하게 들어오고 있다”면서 “타국과의 계약에 따른 영향이 우리나라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일 특별전담팀 실무지원단장(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비밀 유지 협약에 따라 구체적인 물량과 시기는 말할 수 없다”면서 “올해 계약된 물량은 올해 다 도입되게 돼 있고 순차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추가 물량을 확보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백신 공급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돼야만 불안감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정목 기자
이정목 기자 mo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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